‘집값은 치솟고 전세는 씨 마르고…’
광주 부동산 시장의 널뛰기가 재현되고 있다. 외지인 투기세력이 기형적 급등을 부채질하면서 아파트 매매·전세 거래가격이 2년여 만에 다시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5일 광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이후 수도권을 벗어난 투기세력 등이 광주를 다시 찾아 ‘아파트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로 인해 광주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상승세다. ‘임대차 3법’의 영향 속에 전세 역시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거칠게 요동치던 2018년 복사판이다.
‘광주의 강남’으로 불리는 봉선동 제일풍경채 85㎡의 경우 지난 5월 7억원 선에서 지난달에는 8억원 이상에 거래됐다. 5개월여만에 아무런 호재없이 20% 오른 셈이다.
지난 4월 5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수완동 대방 노블랜드 85㎡ 역시 지난달 6억원 이상에 팔렸다.
문제는 봉선동과 수완동 등 주요 주택지구의 ‘급매 물건’뿐 아니라 대부분 매물이 외지에서 온 일명 ‘갭 투자자’ 의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아파트 가격이 또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 2018년에 발생한 단기간 폭등현상의 재현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지 투기세력들이 전세를 끼고 부동산 시장에 나온 아파트를 앞뒤 가리지 않고 몽땅 가져가 매매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봉선동의 경우 아파트 매매건수는 3~5월 50건 안팎에서 6월 이후 100건 이상으로 두 배 증가추세다. 3월 48건, 4월 57건, 5월 56건에서 6월 128건에 이어 7월 114건으로 훌쩍 뛰었다.
8월과 9월 100건 아래로 주춤하던 거래건수는 10월 들어 149건으로 크게 늘었다.
수완동 역시 3월~4월 10여건 수준에서 8월부터 50건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업자 이모(60)씨는 “최근 봉선동·수완동 아파트 거래의 80~90%는 외지인드이 전세를 끼고 한 ‘갭 투자’라고 보면 된다”며 “서울지역 부동산 강사가 최근 유튜브에서 두 지역을 ‘꿀단지’라고 지목한 탓에 외지인들이 부동산 매입에 나섰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건설 중인 봉선동 모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의 두 배까지 매매가격이 치솟았다. 봉선동과 수완동의 거래가격 상승은 광주지역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전세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 월간주택시장동향을 보면 지난달 광주 전세 수급지수가 196.1로 나타났다. 9년여 만에 최고치다.
100을 기준으로 1~200 사이 수치로 집계하는 전세 수급지수는 중간인 100보다 낮으면 수요가 부족하고 높으면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의미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세난은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무지구 공인중개사 김모(59)씨는 “지난 5월 85㎥ 기준 전세가격이 1억9000만~2억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 2억8000만~2억90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와 취득세 인상 등 정부의 핀셋 규제에다 임대차 3법이 맞물려 전세난이 당분간 가중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 업자 송정기(54)씨는 “2년 전 빠져 나갔던 외지 투기세력들이 조정 대상 지역이 아닌 광주에 다시 몰려들어 시세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아파트 값·전세값 폭등이 언제까지 갈지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