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RB 라이프치히의 황희찬(24)의 입지가 불안하다. ‘황소’처럼 유럽 무대를 달구던 지난 시즌의 모습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그라운드에서 진가를 증명할 시간 자체가 확연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2경기 연속 전력에서 배제됐다.
라이프치히는 5일(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프랑스)과의 2020-202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황희찬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총 5명의 교체 카드가 모두 활용되는 동안에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황희찬의 챔피언스리그 2경기 연속 결장이었다. 황희찬은 지난달 21일 조별리그 1차전 바샥셰히르전에서 45분을 뛴 이후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차전 이후 PSG와의 3차전까지 나오지 못하면서다.
리그까지 살펴보면 황희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황희찬은 9월 12일 뉘른베르크와의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1골 1도움을 올린 뒤 한 번도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후 5경기 144분을 교체로만 소화했지만 공격포인트는 하나도 올리지 못했다.
황희찬은 비록 분데스리가보다 몇 단계 수준이 낮긴 하지만,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11골 12도움을 올렸다. 유럽 대회와 컵대회까지 포함하면 총 16골 22도움의 특급 활약이었다. 그만큼 황희찬을 영입한 라이프치히의 기대감도 컸다. 이적료는 1500만유로(약 202억원)에 달했고, 계약 기간은 5년이었다. 과거 에이스였던 티모 베르너의 등번호 ‘11번’을 이어받았을 정도였다. 마르쿠스 코뢰셰 라이프치히 단장이 “황희찬은 측면과 중앙, 어느 공격 포지션이든 뛸 수 있고 스피드에 활동량까지 갖췄다”고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젠 좁아진 입지를 걱정해야 할 때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황희찬에겐 시간이 필요하다”는 코멘트를 남기며 기회를 꾸준히 줄 의사를 내비쳤지만, 구단 전반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순 없다. 짧은 교체 기회를 잡더라도, 지난 시즌 보여줬던 황소 같은 저돌적인 돌파 능력 뿐 아니라 팀 내 다른 선수들과의 호흡과 연계 플레이까지 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 독일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걸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격포인트’만이 황희찬의 활약도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단 점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