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 잡아 ‘쿵’ 내동댕이…울산 학대 어린이집 CCTV 보니

입력 2020-11-05 15:34
연합뉴스 유튜브 캡처(왼),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오)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학대를 당했다고 호소해온 부모가 피해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3일 연합뉴스는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어린아이의 목덜미를 잡아내던지는 등 학대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울산 동구에서 발생한 끔찍한 어린이집 학대 사건, 가해 교사는 원장의 딸’이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린 피해 아동 A군의 부모가 공개한 영상이다.

CCTV 영상에는 청원 글 묘사처럼 A군이 교사로부터 학대당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기록돼 있었다. 학대 교사는 아이의 목덜미를 채듯이 잡아 아이를 공중으로 끌어올린 뒤 바닥을 향해 힘껏 내동댕이쳤다. 또 아이를 잡아채 질질 밖으로 끌고나가는 장면도 나온다. 영상 속 아이들은 식사 중 A군이 교사에 의해 내동댕이쳐진 뒤 밖으로 끌려나가는 모습을 보고도 별다른 동요 없이 밥을 계속 먹었다.

연합뉴스 유튜브

JTBC가 공개한 또 다른 영상에 따르면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경쟁하듯 교사에게 식판을 보여준다. 교사가 손가락으로 뭔가를 지적하면 아이는 자리로 되돌아가 무릎을 꿇고 식판에 남아있던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다. 식판 검사를 받고 통과한 아이는 방을 나갔지만 다른 아이는 제자리로 돌아가 무릎을 꿇은 채 밥을 입으로 밀어넣었다. 밥을 먹지 않는 아이의 다리를 교사가 발로 밟는 모습도 포착됐다.

Jtbc 유튜브 캡처

앞서 지난달 25일 A군의 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이가 담임 보육교사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왔고, 그 담임교사가 원장의 딸이란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글에서 A군의 부모는 “보육교사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번에 많은 양의 밥을 억지로 먹였다. 아이가 구역질하는 상황에서도 밥을 삼킬 때까지 아이의 양쪽 허벅지와 발목을 발로 꾹꾹 밟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상 모서리에 아이 머리를 박게 하고, 목을 졸라 숨을 막히게 했다” “음식을 삼키지 않으면 화장실에 보내주지 않아 아이가 옷에 소변을 봤다”며 교사의 학대 행위를 나열했다.

학대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부모는 어린이집에 CCTV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원장이) CCTV를 먼저 보겠다는 저희를 만류하며 문을 닫고 무릎 꿇고 죄송하다면서 저희 선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의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군의 부모는 “학대를 일삼은 해당 보육교사는 원장의 딸”이라며 “이번 사건을 은폐하고, 회유하려고 했던 원장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Jtbc 유튜브 캡처

신고를 받은 경찰의 본격적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3일 언론 보도로 해당 어린이집이 지난해 울산 동구청이 선정한 ‘열린 어린이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평가 항목은 ‘아동학대 근절’과 ‘좋은 보육환경’ 등이었다.

또 CCTV 영상 공개를 꺼렸던 어린이집 원장은 최근까지 울산 동구 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을 맡아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의 추가 피해 사례가 보고된 만큼, 경찰은 CCTV 동영상을 분석해 추가 피해자가 없는지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