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심각한 ‘왼쪽 의존증’…위기에도 ‘할말’ 못하는 솔샤르

입력 2020-11-05 14:5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이 4일(현지시간) 유럽축구연맹 유럽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이스탄불 바샥세히르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고질적인 ‘왼쪽 의존증’ 문제를 드러내며 무너졌다. 현지 언론에서는 올레 구나 솔샤르 감독이 경질설까지 흘러나오는 마당에도 오른쪽 측면 보강을 해주지 못한 보드진에 지나치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맨유는 4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무대에서 상대적 전력에서 앞서는 터키 구단 이스탄불 바샥세히르에 2대 1 패배를 당했다. 경기 내내 일방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한 끝에 역습 두 방에 무릎을 꿇었다.

맨유는 이날 왼쪽 측면에 선발로 나선 마커스 래시포드와 최전방 공격수 앙토니 마샬이 함께 막히며 답답한 경기를 했다.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이 경기에서 맨유는 상대보다 두 배 가까운 913회 공을 만졌으나 득점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두 차례 실점 자체는 허술한 수비 집중력 때문이었지만 경기를 주도하는 와중에 제때 득점을 하지 못하며 분위기를 내준 탓이 컸다.

상대 바샥세히르는 맨유 대부분의 공격루트가 왼쪽에 몰린 것에 단단히 대비를 하고 나온 기색이 역력했다. 맨유가 공을 잡을 때마다 왼쪽 측면 공간에 많게는 6~7명의 선수가 수비를 하러 몰리면서 맨유의 공격 전개를 틀어막았다. 맨유의 오른쪽 측면에 출전한 후안 마타도 대부분의 상황에서 측면보다는 중앙으로 파고들 때가 많아 활로를 뚫지 못했다.

솔샤르 감독도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같은 문제를 짚었다. 그는 “가끔 팀 전체가 왼쪽 측면에 지나치게 의지한다고 느낀다”면서 “오른쪽 측면이 너무 비어 있다”라고 말했다. 맨유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오른쪽 측면 보강을 위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와 애스턴빌라의 잭 그릴리쉬 등과 접촉했으나 결국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올 시즌 맨유는 왼 측면에 의지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읽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구단 보드진을 성토하는 여론도 거세다. 다만 솔샤르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내 책임”이라고 자책했을 뿐 필요한 곳에 보강을 해주지 않은 보드진에 대한 불만은 털어놓지 않았다. 이같은 태도는 감독 본인의 책임을 부각시키면서 최근 들려오는 경질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맨체스터 지역언론 맨체스터이브닝뉴스의 새뮤얼 럭허스트는 “(패배한) 솔샤르 감독도 문제지만 진짜 큰 문제는 아니다. (맨유 팀 전력의) 불완전함은 이제 공공연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만일 솔샤르가 ‘오른쪽 윙어를 원한다고 보드진에 곧장 얘기했지만 구해주지 않았다’라고 얘기했다면 팬들에게서 더 존중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솔샤르는 그간 지나치게 조심스러운(diplomatic) 태도를 보여왔다. 이제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