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통산 4번째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무대에서 통산 1000번째 승리를 거뒀다.
나달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끝난 ATP 투어 롤렉스 파리 마스터스(총상금 334만3725 유로) 대회 사흘째 단식 2회전에서 펠리시아노 로페스(64위·스페인)에 2대 1(4-6 7-6<7-5> 6-4) 역전승을 거뒀다.
나달의 통산 1000번째 승리였다. 나달보다 먼저 1000승 고지를 밟은 선수는 3명 밖에 없다. 1274승의 지미 코너스(은퇴·미국)와 1242승의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가 각각 1, 2위를 달리고 있고, 3위 이반 렌들(은퇴·미국)은 이제 나달과 단 68승 차이를 두고 있다.
나달은 16세 때인 2002년 5월 ATP 투어 단식 본선 첫 승을 기록했다. 이후 약 9년이 지난 2011년 500승 고지에 올랐던 나달은, 다시 9년이 흐른 이날 500승을 추가했다.
나달은 ‘승률’에선 1000승을 넘긴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1000승을 올리면서 단 201패만 기록한 나달의 승률은 83.3%에 달한다. 이는 은퇴한 코너스(1274승 283패·승률 81.8%)와 렌들(1067승 242패·81.5%)은 물론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는 페더러(1242승 271패·승률 82.1%)보다도 앞선 기록이다.
나달은 ‘흙신’이라 불릴 정도로 클레이 코트에 강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1000승 중 매 시즌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리는 하드 코트에서 거둔 승리(482승)가 가장 많다. 클레이 코트(445승) 잔디 코트(71승) 승리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승률로 보면 왜 ‘클레이 코트의 황제’로 불리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나달의 클레이 코트 승률은 무려 91.8%에 달하고, 하드 코트(78.1%)와 잔디코트(78%)는 그보다 떨어진다.
나달은 여전히 월등한 체력을 앞세운 플레이를 구사한다. 또한 테니스 선수들은 30대 후반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곤 한다. 때문에 34세에 불과한 나달이 1000승 고지에 오른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경신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나달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백기를 가졌음에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페더러의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과 타이 기록을 작성하는 등 여전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