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가 종료되기도 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복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더라도 투표 결과에 대한 법정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연방대법원이나 하원에 의한 당선인 결정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 대선 이튿날인 4일 오후 9시30분(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253명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AFP통신은 애리조나까지 총 264명을 가져간 것으로 평가했다.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매직넘버’는 270명이다. 바이든 후보로서는 17명의 선거인단만 추가로 확보하면 되는 셈이다.
초반 열세를 보이던 바이든 후보는 북부 경합주인 ‘러스트벨트’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우편투표가 뒤늦게 개표된 영향이다.
뉴욕타임스(NYT) 통계 기준으로 위스콘신은 98% 개표가 완료됐으며 바이든 후보가 49.4% 득표로 트럼프 대통령(48.8%)을 앞서고 있다. 미시간도 98% 개표가 이뤄졌고 바이든 후보 50.3%, 트럼프 대통령 48.1% 득표로 집계됐다. 미 언론들은 두 곳을 모두 바이든 후보 승리 지역으로 분류한 상황이다.
러스트벨트 최대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88% 개표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50.8%, 바이든 후보는 47.9% 득표했다. 조지아 역시 두 후보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면서 95% 개표 기준 트럼프 대통령이 49.8%, 바이든 후보가 49%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캠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펼쳐지자 곧바로 무더기 소송전에 들어갔다. 위스콘신에는 재검표를 요구했고, 미시간·펜실베이니아·조지아에는 개표중단 소송을 제기했다.
캠프는 개표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거나 민주당 측이 투표용지 개표와 처리를 공화당 투표 참관인들에게 숨기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대선일인 3일자 소인이 찍혔다면 사흘 뒤인 6일까지 도착해도 개표하도록 하는 펜실베이니아의 규정도 다시 연방대법원에 가져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행보는 사실상의 대선 결과 불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면서 우편투표 문제를 연방대법원에 가져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더기 소송으로 미국 대선은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심급 구조상 연방대법원에 바로 소송을 낼 수 없어 1·2심을 거쳐야 한다. 당선인 확정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미국 사회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연방대법원이 대선 전에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두 후보 간 갈등이 선거인단 임명을 둘러싼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대선을 통해 미 전역에서 뽑힌 선거인단 538명은 다음 달 14일 각 주의 주도에서 공식으로 투표한다.
특정 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을 경우 민주당 주지사를 둔 주정부가 투표 결과를 반영해 바이든 후보 측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했음에도 공화당이 장악한 주의회가 선거 절차상 이의를 제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는 후보가 없을 때는 하원이 주별로 1표를 행사해 대통령을 선출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인 내년 1월 20일까지 하원에서 대통령이 선출되지 못할 경우 상원에서 선출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상·하원에서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면 하원의장이 의장직을 그만두고 대통령직 대행을 한다.
한편 트럼프 캠프의 소송 제기에 대해 해당 주들은 선거와 개표는 투명하게 진행됐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소속인 펜실베이니아의 톰 울프 주지사는 “민주적 절차를 뒤집기 위한 시도”라면서 “선거를 훼손하기 위한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간의 조슬린 벤슨 국무장관은 모든 투표는 정확히 집계됐다면서 트럼프 캠프의 소송에 대해 “경박하다”고 비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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