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문가들 관전평…“4년 뒤 제2의 트럼프 나올 것”

입력 2020-11-05 12:08 수정 2020-11-05 12:26
미국 대선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새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며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같은 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생각보다 크고 견고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누가 이기든 트럼프주의는 이미 성공했고 4년 후 제2의 트럼프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선거 이튿날까지 당선자가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접전 양상을 띠자 “미국에서 보수주의로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5일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류 사회를 대변한다고 믿는 미국 정치 엘리트들이 현실 점검을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지지층의 이념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판융펑 푸단대 중국연구소 부소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은 세계화, 다자주의, 자유주의에 반대한다고 계속 주장하는 한 과거 엘리트 정치에 실망한 꽤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이기든 미국 정치 체제와 민주주의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끝을 보게 되고 미국은 분열 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창 푸단대 미국학센터 부소장은 “미국에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대선 후보를 키울 수 있는 토양이 여전히 존재하다”며 “4년 후 공화당은 또 다른 트럼프 후보를 낼 수 있고 심지어 민주당도 그들만의 트럼프를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누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을까. 이에 대해 미국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 오스틴의 트레이시 류 기자는 글로벌타임스에 “트럼프 지지층은 이민자를 혐오하고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레드넥’(Rednecks)이나 인종차별주의자 뿐만이 아니다”며 “보통의 중산층 유권자도 많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들은 세금을 덜 내는 작은정부를 지지하고 있다”며 “높은 복지와 세금에 대한 민주당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레드넥은 미국 남부의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백인 농부, 노동자를 비하하는 단어로 쓰인다. 햇볕에 목둘레가 빨갛게 탄 농부를 부르는 데서 비롯됐다.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보내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많은 미국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스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전은 그의 정책이 최소 미국인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중국 내 미국 전공 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존재감을 과소평가한 사실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방위군이 대선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시청 앞에서 모든 투표용지의 개표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감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은 그 어느때 보다 치열했던 미 대선 과정에서 침묵을 지켰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대선은 미국 내정으로 중국은 이에 대해 입장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외교 원칙인 내정 불간섭에 더해 혹여나 선거 후 불거질 수 있는 중국 개입설 등을 원천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들도 개표 상황이나 판세 전망을 상세하게 전하는 대신 선거 이후 예상되는 소송전과 불복 등 사회 혼란에 주목했다.

글로벌타임스는 “후보간 논쟁과 혼란, 선거 불복 등은 정치적 여건이 안정적이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