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박지선으로부터 8년 전 중학생 시절부터 급식비와 학비 등을 지원받아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한 대학생의 사연이 공개돼 박지선을 그리워하는 네티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자신을 대학교 3학년 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제 다시 못 보는 박지선 쌤께 너무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8년 전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일을 못하게 됐다”며 “부모님을 대신해 두 동생을 챙기느라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없었다. 힘들었던 시기 나를 불러서 힘을 준 건 국어 선생님이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알고 보니 그 국어 선생님은 개그우먼 박지선 선생님과 고려대 과 동기였고, 완전 절친한 사이였다”며 “국어 선생님은 공부는커녕 꿈도 없었고 그런 꿈을 꾸는 건 사치라고 느꼈던 학생에게 학생이라면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식비조차 낼 수 없던 환경에서 급식비뿐만 아니라 문제집 사는 비용까지 충당해 주셨던 국어 선생님은 나에게 천사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국어 선생님은 결혼 준비 중이셨고 가정환경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이제는 그만 지원해주셔도 된다고 거듭 말했다”며 “그 얘기가 박지선 선생님 귀에 들어가게 됐고, 박지선 선생님은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잘 몰랐던 저를 뒤에서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다”고 회상했다.
A씨는 박지선의 지원을 수차례 거절했다. 하지만 박지선은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 게 본분이며 어느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게 사람’이라며 A씨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지선 선생님은 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며 “내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고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걸 깨우쳐주신 분”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A씨가 고등학교 졸업을 1년 정도 앞둔 가운데 국어 선생님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박지선 선생님은 우는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며 자기가 있지 않냐며 울지 말라고 위로해 주셨다”면서 “박지선 선생님이 내게 보여주셨던 사랑과 관심들, 진짜 8년 전 그 한마디 그 사랑이 아니었으면 저는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나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A씨는 “하늘에서 국어 선생님이랑 함께 지켜봐주세요. 국어 선생님도, 지선 선생님도 많이 보고 싶어요”라며 “언젠가 찾아갈 수 있을 때 8년 전에 보여주셨던 그 미소 그대로 다시 보여주세요. 진짜로 보고 싶어요”라고 적었다.
마지막으로 “사춘기 시절 정신적으로 나무가 돼 주셨던 두 선생님들 이제 보고 싶어도 못 보는데 어떡해요, 진짜. 뭘 하면서 살아야 두 분이 잊혀질까요”라며 “힘들 때 누구보다 힘이 돼 주셨던 친구이자 인생 선배였던 선생님께 왜 나는 힘이 돼 주지 못했는지,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못하는 내가 너무 밉다”고 슬퍼했다.
한편 박지선은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박지선은 평소 앓던 질환으로 치료 중이었고, 모친은 박지선과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모친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성 메모가 발견됐으나 유족 뜻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박지선과 그의 모친 발인은 5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발인식에는 유족과 친지, 동료 연예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으로 정해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