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월세 깎아달라” 세입자에 ‘생활비 100만원’ 보낸 임대인

입력 2020-11-05 10:34 수정 2020-11-05 10:52

“월세를 깎아주기는 힘들고… 대신 100만원 보내줄테니 생활비에 쓰도록 해요.”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A씨는 점포 주인으로부터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A씨는 전날 저녁 점포 주인에게 ‘이달만 월세를 조금 깎아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문자를 한 통 보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면서 월세 부담이 커지자 며칠을 고민한 끝에 보낸 문자였습니다. 그동안은 벌어놨던 돈으로 버텨왔지만 결국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A씨는 절박한 심정으로 문자를 보냈지요.

월세를 줄일 수 있을까 걱정하던 A씨는 수화기에 흘러나오는 점포 주인의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월세를 인하해주는 것은 어렵지만 생활비를 보내주겠다는 이례적 제안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줄어든 임차인의 고충을 임대인이 헤아려 준 것입니다.

점포 주인은 이날 아침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월세를 깎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100만원을 보낼 테니 생활비로 써라. 힘든 거 알고 있다. 진작에 전화를 해야 했는데. 생활비로 써라. 건강 챙기고”라고 말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말에 A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A씨는 “10만~20만원 정도 월세를 깎아 달라고 한 건데 생활비로 100만원을 보내줬다. 열심히 일해서 은혜를 꼭 갚아야겠다”며 해당 사연을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착한 임대인’ 이야기가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딸기 같은 달콤한 사연이다” “달달하면서 멋진 반전이다” “점포 주인에게 행복하시라는 문자를 보내고 싶다” 등의 댓글을 달며 대한민국은 아직 살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늦은 저녁 점포 주인에게 월세를 깎아 달라는 문자를 보내면서 얼마나 손이 떨렸을까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모두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점포 주인의 도움이 더욱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아닐까요?

[아직 살 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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