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트남에 ‘환율관세’ 첫 예비판정…“미국 우선주의 첫걸음” 자평

입력 2020-11-05 09:41 수정 2020-11-05 10:22

미국이 베트남산 자동차 타이어에 환율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이 자국통화 가치를 고의로 낮추는 방식으로 수출품에 보조금을 줬다고 판단해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이다. 미국이 해당 관세를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다.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로의 첫걸음”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향후 다른 주요 교역국에도 관세부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예비판정에서 베트남산 타이어가 6.23∼10.08%의 상계 가능한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같은 규모의 관세율을 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해당 수입품이 받는 보조금에는 베트남의 저평가된 환율이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베트남이 환율을 낮춰 수출품에 보조금을 줬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베트남산 자동차 타이어 규모는 약 4억6960만 달러(약 5350억원) 수준이다. 미 상무부의 최종 판정은 내년 3월 16일에 있을 예정이다. 미 상무부가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 약 한 달 후인 4월 30일쯤 미 국제무역위위원회(ITC)가 최종 판결을 내린다.

앞서 미 상무부는 자국통화 가치를 고의로 낮추는 국가의 상품은 수출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한다며 상계관세를 물리는 법규를 마련했다. 지난 8월 미 재무부는 베트남이 지난해 달러 대비 자국 통화 가치를 4.7%가량 의도적으로 절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상무부에 통보했다. 이에 미 상무부는 해당 관세를 최초로 베트남에 적용했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처가 향후 다른 교역국의 전 상품도 표적으로 삼을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결정에 대해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미국 우선주의’ 무역 의제 관련 중요한 첫걸음”이라면선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근로자와 기업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외부 주체에 철저히 맞서고 있으며 해당 사안에 지속해서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한편 미 상무부는 현재 베트남, 한국, 대만, 태국산 자동차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세 조사도 진행 중이다. 예비판정은 12월 29일 발표할 예정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