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서방! 보고 싶었어” 2년 만에 마운드 오른 니퍼트 근황

입력 2020-11-05 06:00 수정 2020-11-05 06:00
두산 베어스 투수 출신 더스틴 니퍼트(오른쪽)가 4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시구한 뒤 옛 동료 포수 박세혁과 주먹치기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시즌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자로 나선 더스틴 니퍼트(39·미국)의 근황은 ‘잠실더비’의 승부 못지않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니퍼트는 4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3년 만에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를 밟아 팬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니퍼트는 마운드에서 내·외야를 향해 방향을 틀어 세 차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건네받은 마이크를 들고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두산 니퍼트입니다. 오랜만에, 오랜만에 왔습니다. 오랜만이에요. 홈에 와서 기분 너무너무 좋았어요. 두산 화이팅”이라고 말했다. ‘힘내자’는 뜻으로 한국에서 사용되는 ‘파이팅(Fighting)’을 우리식인 ‘화이팅’으로 독음해 주목을 끌었다.

니퍼트는 2011년 두산으로 입단해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통산 102승 51패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KBO리그 사상 최소 경기 및 최고령 20승에 도달했다. 그해 22승 3패로 마무리해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가을에도 강했다.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통산 17경기에서 5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55를 쌓았다. 2015년에는 플레이오프 1차전 완봉승, 4차전 7이닝 무실점으로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그해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니퍼트는 그사이에 한국인 아내와 결혼했다. 일부 팬들은 니퍼트를 ‘니서방’이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니퍼트는 2018년 KT 위즈에서 KBO리그 마지막 시즌을 보냈다.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니퍼트는 마운드를 떠났다.

KT는 플레이오프에서 ‘잠실 더비’의 승자를 기다리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니퍼트는 가장 오랜 기간을 활약한 두산의 시구 요청을 저버리지 않았다. 오랫동안 프로 리그의 마운드를 떠난 탓인지 시구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았다. 니퍼트가 던진 공은 큰 포물선을 그려 두산 포수 박세혁의 미트로 들어갔다.

두산 베어스 투수 출신 더스틴 니퍼트가 4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시구자로 나와 관중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 투수 출신 더스틴 니퍼트가 4일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시즌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시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니퍼트는 현역에서 물러난 뒤 미국에서 농업 관련 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한국에서 야구 교육을 준비하는 근황도 전해졌다. 니퍼트는 지난달 25일 SNS를 통해 경기도 용인에 지은 어린이 야구 교실 건물 사진을 올렸다. 지난 9월부터는 국내 케이블채널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른 종목 은퇴 선수들과 함께 등장하기도 했다.

니퍼트를 마운드에서 만난 두산 팬들은 감격했다. SNS와 커뮤니티 게시판의 두산 팬들은 “감격했다. 니퍼트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을 꼭 다시 보고 싶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KT 유니폼을 한 번씩 번갈아 입고 시구하면 좋겠다”고 했다.

니퍼트는 이날 두산의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랐다고 한다. 니퍼트의 응원을 받은 두산은 LG를 4대 0으로 잡고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 앞으로 다가갔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자의 플레이오프 진출 비율은 86.2%(29회 중 25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