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 상황이 예측하기 어렵게 전개되면서 한국 정부도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대선 직후 미국을 방문하는 일정도 조율 중이다.
4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종건 제1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미 대선 대비 태스크포스팀(TF)은 미 대선 개표 상황을 시시각각 살피면서 판세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선 TF에는 북미국과 북핵외교기획단, 평화외교기획단 등 유관 부서가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느냐,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북핵 문제는 물론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외교 현안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대북 접근법이 전혀 다른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대선 토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북 문제 접근법에 대해 극명한 인식 차를 드러낸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별도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참모들로부터 개표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대체로 공유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역전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표가 진행되면서 트럼프 막판 강세가 확인되자 시나리오별 상황을 재점검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개표 결과가 혼전 양상을 보일 경우 대선 결과 확정이 늦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네바다(10일)와 아이오와(9일), 오하이오(13일) 등 3개 주의 경우 우편 접수 마감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부정 투표 시비, 대선 불복 등으로 혼란스러운 기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어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으며, 내년 1월에는 북한의 제8차 당 대회가 예정돼 있어 한반도 주변 정세의 유동성은 여느 때보다 증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정상통화 등 추후 수반되는 외교 일정 여부에 대해선 “외교적 관례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정상 통화도 있고, 축하 메시지 등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면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고, 대선 결과에 따른 파장과 정부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방미를 계획했던 강 장관은 오는 8~10일 미국에 가는 일정을 미국 측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에 가게 되면 강 장관은 9일 워싱턴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직후 있을 수 있는 북한 도발에 대한 대비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미 대선을 기념하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거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저는 우리의 지도자가 한·미동맹을 중시하고 미래에도 굳건한 관계 유지를 위해 함께 힘을 합칠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며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한·미동맹을 중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