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개표 결과가 속속 집계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벌써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차이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시점 기준 “이미 승리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바이든은 “승리를 향해 가는 길”이라며 기다림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혼돈의 배경에는 역대 최대 수준의 사전투표율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이번 대선이 치러지면서 지난 대선 총 투표자 수의 4분의 3 가까이가 투표 당일 투표장에 나오는 대신 사전투표를 선택한 것. 사전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승패를 판단할 수 없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오전 1시 기준 이번 대선 승부처인 6개 경합주 가운데 5개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거나 사실상 승리를 확정 지었다.
특히 북부 ‘러스트벨트’인 미시간주, 위스콘신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바이든 후보에 각각 8.4%포인트(61% 개표기준), 3.8%포인트(77% 개표 기준), 14.7%포인트(66% 개표기준) 앞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선벨트’ 3개 주(플로리다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리조나주) 중에는 플로리다에서 사실상 이겼고, 노스캐롤라이나도 승리 가능성이 큰 상태다. 바이든이 선벨트 가운데 확실히 승리했다고 보도가 나오는 곳은 애리조나주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중간 결과를 받아든 이날 새벽 백악관에서 행사를 열고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며 사실상 승리 선언을 했다. 그는 특히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엄청나게 이기고 있다”고 하는 등 주요 지역에서 이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벨트 3개 주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까진 앞서 있지만 아직 ‘게임 끝’을 선언할 정도로 개표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전투표가 주요 변수다. 미 선거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사전투표자 수는 총 1억97만8567명이었다. 이 가운데 우편투표는 6505만5514명, 사전 현장투표 참여자는 3592만3053명이다. 이는 2016년 대선 당시 투표자(1억390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73%나 되는 미국인이 앞서 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특히 사전투표자의 지지 성향을 볼 때 개표율이 올라갈수록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선거 프로젝트는 지지 정당 정보를 제공한 20개 주 사전투표자의 44.9%가 민주당 지지자였고, 공화당 지지자는 30.5%라고 밝혔다.
우편투표는 방역을 중요시하는 바이든 후보 지지층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바이든 후보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자신이 대선 승리로 가고 있다”면서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연된 우편투표의 유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