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안 끝났는데…트럼프 “대선 승리” 선언하고 “연방대법원 갈 것”

입력 2020-11-04 17:48 수정 2020-11-04 18:05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화될 수도
트럼프 “이겼다”…바이든 “대선 승리 가고있다”
접전지 개표도 지연…당선인 공백 사태 가능성
법적 소송 장기화에 폭동 등 대혼란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새벽 백악관에서 대선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미국 대선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새벽 백악관에서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등 접전지 개표가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승리를 조기에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연방대법원을 갈 것”이라며 우편투표 문제에 대해 법적 소송을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든 투표가 멈춰지기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새벽 4시에 투표지가 발견되거나 그것들이 개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등 이번 대선의 과정이 “우리나라에 대한 중대한 사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사기투표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선거 당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집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18개 주(州)에서 대선 당일 또는 대선 전날까지 소인이 찍힌 우편투표에 한해 대선 이후에도 개표하는 것을 ‘사기’로 규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법적 소송 방침을 밝힘에 따라 미국에서 대혼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AP통신은 “부정선거가 이뤄진 증거는 없다”면서 “우편투표는 대선 이후 집계되는 것이지, 대선 끝난 이후 투표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조치를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을 정치 문제에 끌여들였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올린 트위터 글에서 “우리는 크게 이겼다”면서 “그러나 그들(민주당)은 선거를 훔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과 관련해 짧은 연설을 한 이후 나왔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자정을 넘긴 직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연설을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웃고 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바이든 후보 옆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바이든 후보는 이날 자정을 넘긴 직후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지지자들의 차량 경적 속에 ‘드라이브 인’ 연설을 했다.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대선 승리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례가 없었던 우편투표와 사전투표의 개표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후보는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독려했다.

바이든 후보가 선제공격을 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대선 승리와 법적 소송 방침을 꺼내들면서 거대한 반격을 가한 것이다.

미국 대선은 우려했던 최악의 수순을 향하고 있다. 이날 오전 3시 30분 현재 최대 접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율은 69%에 머무는 등 개표 지연 사태가 현실화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대선의 최종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펜실베이니주는 대선 당일인 3일 소인이 찍혀 있는 우편투표의 경우 이번주 금요일인 6일까지 개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개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앞으로 2∼3일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승자 발표가 늦어지면서 당선인 공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우편투표 개표를 통해 결과가 뒤집혀질 경우 패배자가 대선 결과를 불복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대선 문제가 법적 소송으로 이어져 무정부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양측 지지자들이 폭력시위를 벌이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폭동이 일어나면서 미국이 대혼돈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