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개표 상황이 러스트벨트 경합주들을 중심으로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트럼프 진영과 바이든 진영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하는 대혼돈 상황이 시작됐다.
트럼프 진영은 벌써 장기전에 돌입할 만반의 태세를 갖춘 모습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재선캠프는 대선 관련 소송전에 대비해 변호인단 1000명을 꾸리는 데 3000만 달러(약 340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측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진 우편투표와 사전 현장투표가 대선 당일 이후 선거 결과에 반영될 경우 조작 가능성을 거론하며 소송전을 개시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소송전을 위한 첫 걸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가 대승을 거뒀지만 저들(민주당)은 선거를 훔치려고 한다”며 “절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표소가 문을 닫은 뒤에는 표를 던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재선캠프는 이날 저녁 지지자 400여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선거 파티를 개최할 예정이다.
트럼프 진영의 조기 승리 선언에 맞서 바이든 대선캠프도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현재 권력인수 준비팀 및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구성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비벡 머피 전 미 의무위생국장, 데이비드 케슬러 전 미식품의약국(FDA) 국장, 전염병 전문가인 셀린 가운더 뉴욕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구체적인 코로나19 TF 명단을 제시하며 “이들 상당수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바이든 캠프와 협력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도 방송사들이 개표 결과상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될 경우 바이든 캠프는 지체없이 정권 이양 작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송전 등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움직임과 관계없이 고위 참모 인선 발표 등 당선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개표 부정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대통령처럼 보이기 위한’ 계획에 나선다는 의미라고 악시오스는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캠프는 이날 백악관 내부에 선거 상황실 2곳을 설치해 정부 소유 자산을 정치적 목적으로 전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주 상황실은 백악관 인근 행정동 건물인 아이젠하워 빌딩(EEIO)에, 보조 상황실은 백악관 건물 내 별도로 차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7일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에도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백악관 잔디밭 사우스론에서 강행해 국정운영 장소를 자신의 재선 이벤트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정운영과 정치가 뒤섞이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복돼온 관행”이라고 꼬집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