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터리회사에 주식 1000만원을 넣은 직장인 김모(27·여)씨는 4일 “조 바이든 후보 당선에 내 재산이 걸려있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업무시간 내내 컴퓨터에 작은 창을 켜놓고 실시간 검색어와 뉴스를 확인했다. 오후 1시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자 김씨는 “우리나라 대선 결과도 이렇게 본 적이 없는데, 세 달치 월급을 넣었는데 업무에 집중이 되겠느냐”며 불안에 떨었다.
미국 대선 개표가 이어진 이날 엎치락뒤치락하는 득표에 ‘서학개미’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야 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의 대선에 경제적 명운을 건 이들은 하루종일 초조한 마음으로 선거 레이스를 쫓았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박모(33)씨도 “바이든이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가 투자한 테슬라가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시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봤기 때문이다. 박씨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주가 변동을 쳐다보다 잠들어 눈이 충혈된 채 부랴부랴 출근했다. 박씨는 “미국 주식을 시작한 이래로 이번 대선이 가장 큰 관심사”라고 했다.
미국 주식 장기투자를 하고 있는 박모(26)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바란다고 했다. 박씨가 투자한 주식은 대선 영향으로 2주 전까지 손실이 12%까지 떨어졌다가 겨우 6% 정도까지 회복했다. 박씨는 “손실이 크게 났을 때 ‘망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 대선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체감했다”며 “민주당이 단기적으로 부양책을 쓰겠지만, 나는 장기투자를 하고 있어서 친기업적 성향을 가진 트럼프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열심히 살펴온 정모(26)씨도 “AT&T에 500만원 정도를 넣어 두었는데, 바이든이 당선되면 변동성이 커지고, 트럼프가 당선되면 불확실성이 낮아진다는 의견을 보고 트럼프 당선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들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 확률이 높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서학개미가 모인 단톡방에선 희비가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하는 이는 ‘사실상 트럼프가 확정’이라고 했고, 다른 이는 ‘역시 트럼프’라며 맞장구를 쳤다. 반대편 입장에 있는 이는 ‘아직 결과를 모르니 단정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후보의 열세 소식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이도 있었다. 소위 ‘바이든 테마주’에 투자한 직장인 황모(28)씨는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며 “바이든만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