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북한 학생들의 방과 후 노역 활동을 ‘사회의무 노동’이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강제노역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3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북한 학생들은 방과 후에 무엇을 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문제가 된 부분은 ‘사회의무 노동’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통일부는 이를 “방과 후에 나무 심기, 모내기 등을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교육과 생산 노동의 결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시물 하단에 달린 그림에선 아이들이 웃는 표정으로 “저는 방과 후에 사회의무 노동으로 나무 심기를 해요”라고 말하거나 나무를 심고, 땅을 파고 있었다.
심지어 한 학생의 말풍선에는 “초급중학교에 다니는 저는 봄엔 나무 심기, 가을엔 나무 열매 따기를 한답니다”라고 달리기도 했다. 초급중학교 학생은 보통 12~14세로, 한국 기준으로는 중학생에 해당한다.
국제노동기구(ILO)와 한국이 원칙적으로 노동을 금지하는 최소 연령을 15세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부가 올린 게시물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당 게시물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애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겠다는 거냐”는 격앙된 반응도 잇따랐다.
국제사회에서도 수년 전부터 북한이 아동에게 노동 활동을 강요한다는 규탄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지난 10월 미국 노동부는 북한이 아동노동과 강제노동으로 생산하는 제품이 채석, 광업, 제조업 등에서 광범위하며 세계 70여개국 가운데 4번째로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 누리꾼은 “초등학생이 방과 후에 의무적으로 노동하는 걸 자랑이라고 할 수 있나”며 이런 게시물을 올린 정부의 경솔함을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 역시 댓글로 “미성년 노동 착취는 전 세계적으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게시물에서 북한의 ‘총화’ 활동을 두고 “모든 학생들이 과외활동 시작 전에 다 함께 총화 시간을 가진다.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라고 언급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사람을 괴물로 만드는 생활총화를 한국공무원이 이렇게 선전하다니 충격을 받았다”고 적었다.
통일부는 게시물 작성 배경에 대해 “해당 카드뉴스는 북한 학생들의 방과후 일상을 소개하기 위해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