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앉아 소변봤는데 “검사 완료”…요즘 스타트업의 홈케어

입력 2020-11-05 00:05
박민석 비컨 대표(왼쪽 두번째)가 AI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컨(Becon)'을 소개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평생의 숙제 같은 탈모. 박민석 비컨(Becon) 대표는 20대 중반 시작된 탈모로 10년 넘게 고민을 이어 오다 비컨을 창업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공부하던 시기, 한국에 있을 때만 잠깐 받는 병원 치료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걸 느꼈다. 일회성 치료가 아니라 지속적 관리가 탈모의 답이라는 걸 깨닫고 집에서 스스로 꾸준히 관리할 수 있는 셀프케어 솔루션을 생각해냈다.

비컨은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용기기로 두피를 촬영하면 민감도, 각질, 모낭 밀도 등 10가지 항목을 진단해 3초 만에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시중에 판매 중인 헤어 제품 추천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비컨은 사용자 개개인에게 잘 맞는 성분으로 구성된 자체 제작 맞춤형 솔루션도 준비 중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비컨을 만나볼 수 있다. 박 대표는 4일 “디바이스 예상 가격은 현재 미정”이라며 “최대한 많은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솔루션 구독 모델과 함께 무료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의 사내 육성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에서 창업을 준비했다.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 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 12월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에는 ‘C랩 스핀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창업자들에게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지원금을 지원하고 희망 시 스핀오프(독립·창업) 후 5년 내 재입사 기회를 부여하는 등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창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까지 171명이 창업에 도전해 48개의 스타트업을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던 당시 TV 관련 소프트웨어(SW)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사물인터넷(IoT) 시스템 구축에도 참여했다. 박 대표는 “이때의 경험이 비컨의 진단 IoT 디바이스를 개발하는데 많은 영감을 줬다”며 “관련 개발 경험을 통해 비컨의 두피 진단 알고리즘 구현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탁유경 옐로시스 대표(왼쪽)와 이종건 이사(오른쪽)가 홈 IoT 소변 검사 시스템 '옐로시스(Yellosis)를 소개 중이다. 삼성전자 제공

이번에 독립한 또 다른 스타트업은 홈 IoT 소변 검사 시스템을 개발한 ‘옐로시스(Yellosis)’다. 양변기에 거치하는 기기를 통해 자동으로 소변 검사가 가능하다. 산성도(pH), 포도당, 잠혈, 단백뇨, 케톤뇨 등의 분석 결과는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검사 결과는 누적 관리돼 이상 징후 발생 시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스타와 팬을 연결하는 IoT 기기와 플랫폼을 개발하는 ‘바이브존(VibeZone)’도 창업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5년간 C랩을 통해 사내 임직원 스타트업 과제 ‘C랩 인사이드’ 200개, 외부 스타트업 육성 ‘C랩 아웃사이드’ 300개 등 총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 육성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월 독립한 5개 팀에 이어 이달 3개 팀이 추가로 창업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가정에서 활용 가능한 과제들이 창업에 나선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