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 식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노사 관계를 두고 상반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단체협상에서 무분규 타결, 품질 개선을 위한 공동선언문 발표 등 상생을 위해 머리를 맞대며 ‘화해 무드’를 연출했다. 반면 기아차 노조는 코로나19로 줄었던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노사 협력이 절실해진 시기에 파업 돌입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4일 소식지를 통해 올해 임단협 관련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73.3%의 찬성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는 쟁의조정을 신청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인 파업권을 얻은 뒤 파업 준비에 나선다.
기아차 노사는 9차례 교섭을 통해 기본급 12만원 인상, 성과급 지급, 고용 안정을 위한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공장 설치,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기아차는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9월 현대차 노사는 11년 만의 임금동결을 골자로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 품질 개선에 주력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이상수 현대차 노조 지부장을 직접 만나 발전적 노사관계를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현대·기아차는 주요 판매시장인 미국에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SUV 모델을 선보여 코로나19 타격을 만회할 기회를 잡았다. 지난달 미국시장 판매량은 11만4543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5.1% 증가했다. 현대차 SUV 판매량이 10.8%, 기아차는 15.9%가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내수 및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생산 차질이 없어야 하는 시기”라며 “파업보다는 노사 협력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파업은 올해 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한 한국지엠(GM)과 르노삼성자동차 등에 영향을 미쳐 업계 내 연쇄 파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