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34)가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통산 100번째 골을 넣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레알과 스페인 대표팀의 주장으로 수많은 우승을 이끌어온 라모스는 본업인 수비 뿐 아니라 공격력까지 장착한 ‘골 넣는 수비수’로 자신의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라모스는 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3차전 홈 경기에서 인터 밀란(이탈리아)을 상대로 통산 100호골을 넣으며 팀의 3대 2 승리에 기여했다.
라모스는 팀이 1대 0으로 앞선 전반 33분 토니 크로스의 코너킥을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이 골은 2005년 레알에 합류한 라모스가 659경기 만에 기록한 통산 100번째 득점이었다.
100호골 기록이 대단한 건 라모스가 수비수란 점 때문이다. 라모스는 탁월한 공격력 때문에 우측 풀백으로 경기에 나선 적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기를 센터백으로 뛰어 왔다. 항상 최후방에 위치하며 수비를 본업으로 삼으면서도 세 자릿수 골을 넣은 비결은 ‘헤더’다.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라모스는 100골 중 55골을 헤더로 만들어냈다. 인플레이 상황이 아닌 세트피스 상황에서 라모스의 헤더 능력은 매 시즌 레알의 ‘무기’ 중 하나였던 것. 챔피언스리그에서 헤더로만 8골을 넣은 라모스는 2003-04시즌 이후 수비수 중 최다 헤더골을 넣은 기록도 갖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라모스는 리그에서 무려 11골을 넣으며 리그 득점 10위에 올랐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벤제마(21골)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은 것. 여기에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23골로 역대 득점 랭킹 공동 8위에 올라 있다. 라모스보다 윗 순위에 올라 있는 ‘수비수’는 페르난도 이에로(29골) 밖엔 없다.
라모스는 이렇게 득점까지 책임지며 레알에서 라리가 5회 우승,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 클럽월드컵 4회 우승 등 총 22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월드컵 1회 우승, 유럽선수권대회 2회 우승을 이끌며 선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우승을 경험해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라모스는 경기 후 “개인 기록은 두 번째다.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골은 더 넣을 수 있다”며 팀을 자기 자신보다 앞에 놓았다. 지네딘 지단 감독도 “매우 만족한다. 그는 아주 중요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