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손으로 만지면서 갖고 노는 장난감인 ‘액체 괴물’에서 또 다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생식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부적합한 제품이 매년마다 시중에서 적발되는 게 더 큰 문제다. 정확한 기준 마련을 통한 근본적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실내 놀이 및 여가용품 502개 제품의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40개 제품은 강제 조치인 수거 명령(리콜)을 하고 173개 제품에 대해서는 권고 결정을 내렸다.
리콜 대상인 40개 제품 중 가장 많은 품목으로는 액체 괴물이 꼽혔다. 모두 11개의 액체 괴물 제품(27.5%)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11개 제품 모두 피부 자극 및 생식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인 ‘붕소’가 기준치를 넘었다. 제품 중에는 기준치(300㎎/㎏)를 최대 14.8배까지 초과하는 제품도 있었다.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포함된 제품도 6개에 달했다. 보존제 원료로 쓰이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과 클로로메칠이소티아졸리논(CMIT)이 검출됐다. 해당 물질은 검출 자체가 금지돼 있다.
이런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표원의 2018년과 지난해 조사에서도 유해성분이 포함된 액체 괴물이 연달아 리콜 대상에 올랐었다. 당시에도 논란이 일었지만 시중에는 또 다시 엇비슷한 제품이 돌아다닌 것이다.
국표원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MIT와 CMIT는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성분이기는 하지만 보존제로도 널리 쓰인다. ‘가습기살균제’라는 특정 제품에 쓰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MIT·CMIT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흡입할 수 있는 가습기살균제라는 품목 자체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허가해준 게 근본 문제였다”며 “흡입하지 않는 제품의 보존제로 쓰면 문제가 없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