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 아닌 교사…가장 죽인 을왕리 음주운전, 동승자가 시켰다

입력 2020-11-04 11:22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 A씨(가운데)가 14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중구 중부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2020.9.14. 연합뉴스

치킨 배달을 하던 가장을 숨지게 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인천 을왕리 음주운전 사망사고 수사 결과 음주 차량 동승자가 운전자를 술자리에 불러 함께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동승자가 음주운전을 방조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교사했다고 판단했다.

4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동승자 A씨(47)는 인천 중구 영종도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중 일행에게 ‘대리비나 택시비를 다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운전자 B씨(33)를 술자리에 부르고 만취 상태인 B씨에게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도록 했다.

B씨는 A씨 일행과 합류했고, 오후 9시쯤 식당에서 나와 을왕리해수욕장 근처의 숙소에서 함께 2차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는 자정이 넘도록 이어졌다. 그러던 중 B씨가 일행과 다투고 ‘집에 가겠다’며 자리를 뜨자 A씨가 따라나섰다. 다른 동석자가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지만, 기사가 빨리 배정되지 않자 A씨는 자신의 벤츠 승용차 운전석에 B씨를 앉혔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이상)인 0.194%였다.

그는 경찰에 “차량 리모트컨트롤러로 차 문을 열어준 것은 맞다”며 “나머지는 술에 취해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A씨와 B씨가 탄 차는 9월 9일 오전 1시쯤 중앙선 넘어 역주행을 한 끝에 오토바이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를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피해자의 딸이 국민청원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지난달 6일 검찰은 운전자 B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 동승자 A씨를 음주운전 방조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교사한 공동정범으로 보고 A씨에게도 위험운전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로써 운전자뿐 아니라 동승자도 ‘윤창호법’ 적용을 받게 됐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가리킨다. 음주운전 동승자에게 ‘윤창호법’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A씨와 B씨의 첫 재판은 5일 오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박수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