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미국 대선…워싱턴 투표소에 선거운동원이 유권자보다 많았다

입력 2020-11-04 08:51 수정 2020-11-04 09:35
투표소였던 워싱턴 내셔널스 홈구장 한산
다른 투표소도 마찬가지…“오늘 유권자 150명 봤다”
사전투표 이미 많이 참여…워싱턴 일부 회사 정상근무
사전투표 높고 현장 투표 낮을 경우 바이든 유리 전망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인 내셔널스 파크가 미국 대선이 실시됐던 3일(현지시간) 대선 투표로 활용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많이 나오지 않아 유권자들보다 선거운동원들이 더 많은 모습이었다. 왼쪽 전광판에 내셔널스 파크에서 대선 투표를 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떠 있다.

미국 대선이 실시됐던 3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내셔널스 파크.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으로, 4만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내셔널스 파크는 이날 대선 투표소로 활용됐다. 워싱턴 시당국은 대선 당일 유권자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내셔널스 파크 등을 대형 투표소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내셔널스 파크 앞은 한산했다. 웅장한 시설의 프로야구장에 투표를 하러 오는 유권자들은 드물었다.

유권자들보다 선거운동원들이 더 많았다. 사람들이 없다 보니, 유권자들은 줄을 서지 않고 빠른 속도로 투표소로 향했다. 미국 방송사들도 대선 투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내셔널스 파크에 나왔으나 취재를 시작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는 실정이었다.

미국 대선 투표소로 활용됐던 내셔널스 파크에 3일(현지시간) 유권자들이 많이 나오지 않자 미국 방송의 취재진들이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워싱턴의 투표소 4곳을 돌아다녔으나 사정은 비슷했다. 대선 당일 현장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미국 NBC방송은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로 투표한 유권자들이 1억명이 넘는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전투표는 기록적으로 높고, 대선 당일 현장 투표가 낮은 현상이 미국 전국적으로 확인될 경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단,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내셔널스 파크 앞에서 만난 트럼프 자원봉사자는 “아침부터 와 있었는데, 오늘 유권자들이 많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년 백인 남성인 그는 현장 투표가 저조한 이유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화요일인 오늘 워싱턴의 일부 회사들은 대선 투표일인데도 쉬지 않고 정상 근무를 했다”면서 “워싱턴의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 투표장을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대선 당일 투표율이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유권자는 “대선 당일 유권자들이 몰릴 줄 알았는데, 사람이 없어 놀랐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줄을 서서 했던 사전투표보다 더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대선이 실시됐던 3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아서 채퍼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마련된 투표소에는 유권자들이 거의 없었다. 대선과 동시에 실시되는 각종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 홍보물만 잔디밭에 꽂혀 있다.

다른 투표장의 사정은 더 심했다. 워싱턴의 아서 채퍼 레크레이션 센터에서 마련된 투표장에는 유권자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유권자들이 없다 보니, 선거운동원들도 없었다. 선거 홍보물만 잔디밭에 꽂혀 있었다.

아서 채퍼 레크레이션 센터에선 워싱턴 지방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 에드워드 다니엘스를 나눴다. 다니엘스는 “투표가 시작되기 1시간 전인 오전 6시부터 이곳에 나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침에는 유권자들이 조금 다녀갔다”면서 “오늘 하루동안 여기서 본 유권자들의 수가 고작 150명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다니엘스는 이어 “2년 전 중간선거 당일엔 유권자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었다”면서 “이번 대선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해 투표 당일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NBC방송은 “이번 대선에서 1억 70만명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BC방송은 “이 수치는 2016년 대선에 투표했던 총 유권자 1억 3650만명의 74%에 달한다”고 전했다.

NBC방송은 “여론조사들은 바이든 후보가 사전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고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사전투표율은 기록적으로 높고, 대선 당일 투표율이 낮을 경우 바이든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워싱턴=글·사진 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