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생일 즈음 우울 증세를 호소했던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뇌 수술을 받게 됐다.
3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라도나의 주치의 레오폴도 루케는 “마라도나에게서 경막하혈종이 나타나 이날 수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막하혈종은 두부 외상 후에 출혈이 생겨 뇌경막 아래에 피가 고이는 것으로, 사소한 외상 이후 여러 주가 지나 서서히 의식장애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마라도나의 경우도 머리에 충격을 받아 혈병이 생겼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마라도나 자신은 어떤 사고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경과 전문의인 루케는 “내가 직접 집도할 예정”이라며 “일상적인 수술이다. 현재 마라도나의 의식은 또렷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60세 생일을 맞은 마라도나는 사흘 후인 2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한 병원에 입원했다. 마라도나는 1주일 동안 매우 슬퍼했고, 뭘 먹으려 하지 않는 등 우울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입원 당시 주치의 루케는 “마라도나의 심리적 상태가 좋지 않아 육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일 당일 마라도나가 팀 훈련장에 잠시 나와 축하를 받았는데 제대로 걷지도 못해 부축을 받기도 했다.
입원 후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으나 빈혈과 탈수 증상이 나아질 때까지 병원에서 의료진이 상태를 지켜보던 중이었다고 루케는 전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마라도나는 현재 아르헨티나 프로팀 힘나시아의 감독을 맡고 있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 전력이 있고, 두 차례 심장마비도 겪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편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