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을 수사한 이후 정치권력과 불화해온 윤 총장이었기 때문에 발언에 속뜻이 담겼다는 해석도 나왔다. 평검사들을 중심으로 과연 개혁의 진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도 했다.
윤 총장은 3일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을 위해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그는 “검찰 제도는 프랑스혁명 이후 공화국에서 시작됐다”며 “검찰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공화국 정신에서 탄생한 만큼,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국민의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의 비리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책무 중 하나가 권력 비리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이며, 이는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윤 총장은 이를 바탕으로 검찰 개혁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표현했다. 그는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를 공정하게 수사하는 검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검찰’을 표상으로 제시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이란 이러한 검찰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자세는 그간 검찰 개혁 필요성의 첫머리로 지적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강조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에게 검찰총장 임명장을 줄 때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었다. 윤 총장은 31명의 신임 부장검사들에게 “이런 검찰을 만드는 데 힘써달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강연을 접한 한 검찰 관계자는 “당연한 당부이며 반박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총장은 신임 부장검사들이 부원들의 형, 누나와 같은 존재가 돼 정서적 일체감을 나눠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원들에 대한 정확한 평가, 공정한 일의 분배, 사건에서 한 발 떨어진 객관적인 시각에서의 후배 지도를 당부했다.
이날 법무연수원 정문에는 최근 대검찰청 앞에 있던 ‘윤석열 응원 화환’들이 놓여 있었다. 이날 방문은 윤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과의 만남이란 의미로도 관심을 끌었다. 한때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윤 총장을 보좌하던 한 검사장이 여러 인사 끝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가 있기 때문이었다. 둘은 말없이 악수만 한 차례 했다. 한 검사장은 만찬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