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낙인’에 동선 가렸더니… “동선 몰라 더 불안”

입력 2020-11-04 07:07
서울의 한 사우나 시설에서 지난 9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지자체의 '일시적 폐쇄 명령서'가 부착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100여명 안팎을 넘나들면서 확진자 동선을 일부라도 다시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의 지침에 따라 확진자 동선에서 상호명 공개를 최소화하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난 것이다. 지자체마다 동선 공개 방식이 달라 이에 따른 혼선도 감지된다.

국민일보가 3일 서울과 경기도 내 기초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니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 방식이 제각각이었다. 서울 종로구는 한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면서 “지난달 한 호텔과 식당을 다녀갔다”며 지역과 상호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마포구나 중구, 도봉구는 확진자 동선은 공개하지 않은 채 “자택 및 거주지 등에 대한 방역 소독을 완료했다”고만 기재했다. 중랑구는 구체적인 동선 대신 확진자가 이용한 지하철 노선과 탑승 및 하차 역명을 공개해 놨다.

반면 상호명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선공개에 나선 지자체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는 이날 구청 홈페이지에 관내 한 사우나를 방문한 사람을 찾는다는 공지를 올렸다. 확진자의 시설 방문에 따라 해당 사우나 이용자에 대한 적극적인 검체 검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서울의 다른 지자체도 다른 지역의 확진자가 다녀갔다며 관내 식당 2곳의 상호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달 7일 중대본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지침’을 각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중대본은 공개 대상을 감염병 환자로 국한하고, 감염 사실이 확인된 직후부터 확진자가 마지막 접촉자와 접촉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나면 정보를 삭제토록 했다. 접촉자가 모두 확인된 경우에도 경로는 공개할 수 없다. 또 성별이나 연령, 국적, 거주지, 직장명 등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도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확진자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공개를 막자는 중대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혹시 모를 감염 위험 때문에 지금보다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대문구에 사는 강모(31)씨는 “마스크를 시도때도 없이 벗어버리는 영유아나 신생아가 있는 경우에는 부모가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스스로 감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이 모인 맘카페나 입주자모임 등에서 소문과 목격담을 취합해 자체적으로 확진자 동선을 만들어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미확인 확진자 동선’이 자영업자들에게 더 위협적이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자체 일선 실무자들도 곤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자치구 방역 담당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우리 아파트가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매번 ‘알려드릴 수 없고 홈페이지를 참조하셔야 한다’고 대답하기가 난감하다. 화를 내는 민원인도 종종 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의 다른 지자체 방역담당자도 “확진자가 완치되면 정보 삭제 신청을 받는 것처럼 동선이 공개된 곳들도 방문한 확진자 완치 판정와 동시에 정보 삭제 신청을 받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