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가시화된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한 달여전 이 물을 “마셔도 되냐”고 실무자에게 물어본 사실이 드러났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지난 9월 26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원전 오염수를 두고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는 도쿄전력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한마디를 건넸다. 희석이 됐으니 수돗물이나 음용수처럼 “마셔도 되냐”는 질문이었다. 다만 스가 총리는 오염수를 직접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이를 두고 “설사 마셨다고 해도 오염수에 대해 ‘안전하다’라거나 그래서 ‘바다로 흘려보내도 괜찮다’는 인식이 세간에 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희석하면 마실 수 있다’는 도쿄전력의 설명에 대해서는 “도쿄전력의 속편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마실 수 있다면 해양 방출 등을 하지 않고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에서 음료용으로 사용하면 (어떨까)라고도 생각해 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매일 140t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난 원자로 안의 용융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 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여있다. 매일 나오는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 탱크에 저장하고 있지만, 2022년 10월이면 가득 찬다.
원전 오염수에는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특수 정화 장치로 걸러내고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삼중수소(트리튬) 처리가 불가능하다. 삼중수소는 미약하게 방사선을 낸다. 게다가 2018년 8월에는 정화 처리된 오염수에 삼중수소 외에도 스트론튬과 요오드 같은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정부는 처치 곤란인 오염수를 해양 방류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다만 지난달 27일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오염수 해양 방출을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가지야마 히로시 경제산업상의 판단으로 결정이 보류된 상태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