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 비위 감찰 사건’에 대해 “민정수석 당시 업무에서 100분의 1 정도였다”고 말했다. 민정수석 시절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정도의 사안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는 당시 여권인사를 중심으로 ‘유재수 구명운동’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지만 관련 인사가 누군지, 어떤 대화 내용이 오갔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3일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민정수석 시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있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체적인 비위 첩보를 확인하고도 감찰을 중단해 특감반의 감찰 권한 행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던 조 전 장관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면서 “제가 알고 기억하는 대로 충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심각성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은 민정수석의 여러 업무 중 일부였고, 다른 업무보다 특별히 더 중요하게 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조 전 장관은 “제가 민정수석일 당시 유재수 감찰 사건은 당시 제 업무로 봐서는 100분의 1 정도의 사건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유재수 관련) 보고가 제게 다 온 건 맞는데 다 읽어보진 못했다”며 “(보고서) 표지 정도를 보고 지시하고 부대 서류는 보안사항이라 즉석에서 파쇄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유 전 부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서 비행기표 대납, 기사 딸린 차량을 제공 받는 등의 비위 의혹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과 입씨름을 벌인 건 ‘유재수 구명 운동’ 대목이었다. 검찰이 “유재수가 여당 인사들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기억나느냐”고 묻자 조 전 장관은 관련 인사의 이름과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민감한 사안인데 기억이 안 나느냐”고 따졌다. 조 전 장관은 “여권 인사들이 일종의 압박을 가한다는 말을 당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한 적은 있다”면서도 “중심은 유재수 비위여서 (다른 내용은) 기억이 안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민정수석으로서 (구명운동에 나선 인사가) 누군지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조 전 장관은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곧바로 “너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이 당시 유재수 사건에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해놓고 반부패비서관 산하의 특감반 업무와 무관한 민정비서관까지 참여시킨 건 모순이라는 취지였다.
조 전 장관은 흥분한 목소리로 “그게 왜 모순이냐”며 “의도적 혼동”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백 전 비서관을 개입시킨 건 통상적 감찰과 달리 유재수가 참여정부 때 특수관계인에 해당하고 구명운동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민정 업무 관할이라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백 전 비서관이 업무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몰랐던 점에 대해선 “백 전 비서관이 사건별로 판단할 것이지 제가 불러서 특정 인사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라고 지시하는 관계가 아니다”고 답했다.
검찰이 다시 “상급자는 증인이었는데, 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말하느냐”고 따지자 조 전 장관은 “모든 사안을 제가 다 챙기면 민정수석으로 업무가 불가능하다”며 “회사에서 회장이 과장 업무까지 관할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장관은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 전 부시장 구명 민원을 넣었다는 백 전 비서관의 증언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김경수 의원과는 밥 한 끼 먹은 적 없고 전화만 한두 번 했다”고 했다. 대화 내용도 유 전 부시장 사건과는 무관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얘기에 국한됐다고 했다. 당시 김 지사가 “선배님 꼭 식사 한 번 하시죠”라고 요청했지만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게 조 전 장관의 설명이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