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3대 1 비율로 균등 무상감자를 추진한다고 3일 공시했다. 차등감자로 최대주주에 경영 부실 책임을 묻는 대신 소액주주의 지분도 똑같이 줄이기로 해 개인 투자자들 및 2대 주주의 반발이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적 악화를 보전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3대 1 비율로 무상감자를 추진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감자는 자본금 규모를 줄여 회계상의 손실을 털어내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이다. 모든 주주들의 주식 수가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감자로 아시아나항공의 발행주식은 기존 2억2323만5294주에서 7441만1764주로 66.7% 줄어들게 된다. 자본금은 1조1161억7647만원에서 3720억5882만3333원으로 감소한다. 감자기준일은 다음 달 28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분기 기준 자본잠식율이 56.3%로 추가 자본 확충이나 감자 없이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이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대주주에 대한 차등감자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지난해 4월 매각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 거래종결을 앞둔 인수합병(M&A)이 코로나19로 무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차등감자는 대주주에게 경영 실패 책임을 물어 감자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앞서 2010년 진행된 금호산업 차등감자의 경우 당시 대주주였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등이 보유한 주식은 100대 1로, 채권단과 금호석유화학, 소액주주는 6대 1 비율로 줄였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구조조정의 실패를 소액주주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거셀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감자가 결정되면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하락세가 이어지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은 피해가 불가피하다.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배임을 피하고자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