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 달을 넘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최근 악재가 겹치고 있다. 당 대표 취임 이후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과 검찰 수사에 이어 최근에는 당헌을 뒤집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묻는 전당원 투표로 당 밖에서 거센 비판을 받는 상황이 됐다.
그러는 사이에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정체 또는 하락 국면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당의 산적한 난제 해결을 자처하며 고단한 업(業)을 이어가는 ‘고난의 행군’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7개월 시한부 임기 중 벌써 두 달이 지난 상황에서 언제쯤 설거지를 끝내고 자신의 대권 비전을 내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은 내년 4월 보선 공천을 위한 전 당원 투표다. 이 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투표 형식을 빌어 극렬 지지층에게 손을 내밀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 문제를 이해찬 전 대표가 해결했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전 대표 임기 중인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문으로 사퇴한 만큼 차기 당 대표를 위해 결자해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친문 중진의원은 3일 “정권 재창출과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일해야 할 차기 대표에게 과거 당의 결정을 뒤집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를 미루고 나간 것은 잘못됐다”며 “그때부터 당내에 재보선 공천 기류가 강했기 때문에 이 전 대표가 이 문제를 매듭지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공천이 결정된 상황에서 당내 기반이 깊지 않았던 이 대표는 두 달을 고민하다 ‘셀프 면죄부’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재보선 후보 공천을 위해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 “후보를 낼지 여부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고 비판도 있다”며 “당원들은 유권자 심판을 받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양정숙 윤미향 김홍걸 이상직 의원 등 검찰 수사와 탈당 러시를 이룬 비례대표 공천 역시 이 전 대표 체제에서 이뤄진 것들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비례대표 악재가 이어지자 “왜 내 임기에 닥쳐서 이런 일들이 이어지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자기 목소리를 내자”는 제안도 없지 않았으나 이 대표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는 자기가 살겠다고 ‘튀는 행동’을 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문제,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문제도 이 대표 처지를 곤란하게 하는 것들이다. 제일 민감한 시점에, 세정에 민감한 대도시에서 보선이 벌어지면서 당이 정부 기조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최근 이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는 하락세다. 당내에선 책임감에 대한 호평과 정치적 비전에 대한 실망감이 교차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내년 보선 공천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도 욕을 먹게 돼있던 것”이라며 “민주당과 자신의 지지율 하락을 감내해야할 외길이었다”고 썼다. 반면 다른 중진 의원은 “남은 임기 동안 당을 이끌고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스쳐 지나간 대표로 남고 말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준구 양민철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