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 저 급히 돈 보낼 데가 있는데…” ‘카톡피싱’ 주의보

입력 2020-11-03 16:30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친구나 자녀는 물론 사위까지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금융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반복된 범행이지만 수법을 치밀하게 바꿔가는 탓에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3일 “메신저로 지인을 사칭해 접근한 뒤 자금 이체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메신저피싱이 지속 증가 추세”라며 “매년 4분기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고 당부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메신저피싱으로 발생한 피해 사례는 6799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4.6%(868건) 늘었다. 피해액은 같은 기간 237억원에서 297억원으로 25.3% 늘었다.

메신저피싱에 가장 많이 이용된 수단은 카카오톡이다. 올해 기준 전체 피해 건수의 85.6%를 차지했다. 2018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81.7%, 90.2%로 대부분 범행이 카카오톡으로 이뤄졌다.

카카오톡을 통하는 만큼 사칭 대상은 피해자의 자녀나 직장동료처럼 가까운 인물이다. 최근에는 사위를 사칭하는 사례도 나왔다. 한 사기범은 상대에게 “장모님 급히 송금할 데가 있는데 대신 먼저 보내주면 내일 드리겠다”며 3개 계좌로 20만원씩 모두 60만원 송금을 유도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처럼 사기범들은 주로 자녀를 사칭하며 당장 갚아야 할 돈이 있다는 둥 급한 사정이 생겼으니 돈을 보내달라고 요구한다. 온라인 소액결제, 회원 인증 등에 필요하다며 속이는 경우도 있다. 상대가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면 당연히 받지 않는다. 휴대전화 고장 등을 핑계로 댄다.

상대에게 금전 외에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피해자 명의로 결제나 회원 인증을 해야 한다며 주민등록증 사진, 신용카드 번호 및 비밀번호 등을 보내달라고 하는 식이다. 결제나 인증이 잘 되지 않는다며 피해자 휴대전화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원격조정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은 탈취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피해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금융회사에 비대면 계좌를 개설해 대출을 받는다. 휴대전화는 주로 요금을 미리 지급하는 선불폰을 사용한다.

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상대의 말투나 호칭을 잘 살펴야 한다. 사기범은 자신이 사칭한 인물과 피해자와의 관계를 토대로 그에 어울리는 말투나 호칭을 사용하지만 실제 인물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줄 나누기 방식도 사칭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상대가 송금을 요구하면서 자기 명의 계좌가 아닌 제3자 계좌로 돈을 부치도록 할 때도 의심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아들을 사칭한 인물이 아들 계좌가 아닌 다른 사람 계좌로 직접 돈을 이체해달라고 하는 경우다. 모든 범행 계좌는 ‘대포통장’이다.

금감원은 “가족과 지인 등이 문자나 메신저로 금전 또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상대가 맞는지 유선통화 등을 통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휴대전화 고장, 분실 같은 사유로 연락이 어렵다고 하면 메신저피싱이 의심되므로 더욱 더 주의해 대화를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