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기존 틀 유지…재정가 기준 18개월→12개월 완화

입력 2020-11-03 16:28
도서출판단체 회원들이 지난 9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이달 20일 개정 시한을 앞두고 논란이 일었던 ‘도서정가제 개정’ 문제가 기존 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정부가 소비자 의견을 내세워 출판계와의 기존 논의를 재검토하려 한 데 대해 출판계가 강력 반발하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이 됐던 전자출판물의 도서정가제 적용과 관련해선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일 “도서정가제가 출판산업 생태계에 미친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해 큰 틀에서는 현행과 같이 유지하되 출판시장 변화 등을 반영해 세부사항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표시한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적립 등의 혜택을 줄 수 있다. 2003년 2월 첫 시행된 후 2014년 할인율 조정 및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3년 주기로 제도를 재검토키로 한 후 2017년 출판계 합의에 따라 올해 11월 20일까지 3년 더 연장됐다.

이번 개정에선 먼저 도서 정가를 변경할 수 있는 정가 변경 허용 기한을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했다. 출판사가 정가를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출판유통통합전산망과도 연계한다. 재정가제도를 활용해 ‘재정가 페스티벌’(가제)과 같은 행사를 열어 할인된 가격으로 도서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도서관 등이 책을 구입할 때는 굿즈 같은 물품이나 마일리지 등의 이익 없이 10%의 가격 할인만 제공토록 했다. 상대적으로 할인 여력이 크지 않은 지역 서점이 공공입찰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정가 판매 의무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차등 부과해 의무 이행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전에는 횟수에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을 부과했으나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가 올라간다. 현재는 횟수와 무관하게 300만원을 과태료로 내야 하지만, 향후에는 2차 위반 시 400만원, 3차 이후엔 500만원을 내야 한다.

전자출판물에는 작품정보란처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원화 단위의 정가(예 : 소장 100원)를 표시하면 된다. 단 소비자가 정가를 인지할 수 있게 전자화폐와 원화 간의 교환 비율(예 : 1캐시=100원)은 명시해야 한다. 추가로 문체부는 전자출판물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향후 전자출판물 시장을 연구·조사하고 관련 업계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자출판물에 적용할 수 있는 도서정가제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국회 논의 후 최종 확정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