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못하는 호랑이, 길들여진 앵무…서글픈 동물원

입력 2020-11-03 16:22

청주동물원의 울타리 뒤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원’이 팝업책으로 만들어졌다.

3일 출판사 케플러49에 따르면 팝업책 ‘동물, 원’은 철창 뒤 답답하고 고독한 야생동물의 삶과 그들의 시선을 생생한 팝업 구조물로 표현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거나 자라며 야생성을 잃어버린 삵, 유황 앵무, 표범, 점박이물범, 호랑이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특히 정혜경 작가 특유의 정돈된 색감은 철창 밖을 숲으로 표현하면서 동물원이 숲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동물, 원’은 생태주의를 향한 작가의 고민이 폭넓게 담긴 책이다. 정 작가는 애초 동물원이라는 존재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막상 동물원이 사라지면 이들이 살아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

케플러49 제공

그는 이 지점에서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한 생애를 작디작은 우리에서 시작하고 마감하는 것은 동물과 사육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보호와 치료가 필요한 동물들만 관리하고 건강한 야생동물은 자연에 돌려주는 건 어떨까? 그러기 위해 우리는 황폐해진 자연과 아픈 야생동물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독일 카셀 예술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정 작가는 졸업 후 카셀 시립극장, 뒤셀도르프 디자인 사무소 등에서 편집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2014년 귀국한 뒤로는 팝업 워크숍을 진행하며 국내에 관련 작업을 알리고 있다. 또 동물 이야기를 팝업으로 구성하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이번 책은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