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극복 도운 외국기업 잔치된 ‘외국 기업의 날’

입력 2020-11-03 16:03 수정 2020-11-03 18:29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 규제 관련 품목을 한국 내에서 생산하는 외국계 기업이 2년 연속 산업훈장을 수상했다. 한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일본계 기업에게도 산업훈장이 돌아갔다. 외국계 기업에게 매년 단 2점만 수여하는 산업훈장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무관하지 않은 기업에게 돌아갔다. 한일 양국 간 이어지는 갈등 구조가 수상자 선정 과정에 반영된 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2020년 외국 기업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로 20년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는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대사 등 각국 외교 사절과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 중 공로자에게 수여하는 훈·포장 및 표창 시상식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기여한 기업 중 단 두 곳에만 최고 영예인 훈장이 주어진다. 올해는 세계적인 화학기업 듀폰사의 자회사인 ‘롬엔드하스 전자재료 유한회사’가 은탑산업훈장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7월 발효한 일본 수출 규제의 핵심 품목이었던 반도체 극자외선(EUV)용 포토 레지스트를 생산하는 곳이다.

지난해와 양상이 비슷하다. 지난해 은탑산업훈장은 반도체 공정용 가스를 생산하는 ‘에이프로덕츠코리아’에 돌아갔다. 2년 연속 수출 규제 관련 품목을 생산하는 외국 기업이 수상한 것이다.

나머지 한 점의 훈장이 일본 기업에 돌아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조 흑연 소재를 생산하는 ‘이비덴 그라파이트 주식회사’가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 기업은 일본인인 아오키 타케시 대표가 맡고 있다. 전 생산 공정이 한국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국내 외국계 기업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계 기업이 훈장을 수상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국내 경제에서 외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매출 12.0%, 수출과 고용은 각각 19.4%, 5.5%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훈장 수여 기업 면면을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55년간 사업을 영위한 도레이 첨단소재 외에 일본 기업의 수상은 이비덴 그라파이트 주식회사가 유일하다. 2년 연속 수출 제한 관련 품목 생산업체가 훈장을 수상한 점과 함께 눈에 띄는 부분이다.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봉합되지 않은 갈등이 수상 기업 선정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 거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반드시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된 기업이기 때문은 아니고 한국에서 생산하기 까다로운 품목인 점을 참조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