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이 생전 피부질환으로 힘들어했던 게 알려지면서 그가 평소 겪었던 고충이 주목받고 있다.
박지선은 2012년 5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피부질환 때문에 화장조차 할 수 없는 방송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피부과에서 여드름 진단을 받고 피부를 여러 차례 벗겨내는 시술을 받았다며 “그때 피부가 완전히 뒤집혔다”고 했다. 그는 “여드름치고는 너무 가려웠던 걸 보면 오진이었던 것 같다”면서 이후 붓고, 진물이 나는 등 상태가 악화해 학교조차 제대로 다닐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지선은 결국 등교 후 출석확인만 받은 뒤 조퇴하는 생활을 6개월간 반복했다고 한다. 공부는 친구들의 필기노트를 빌려 했고, 잠을 잘 때면 긁지 않기 위해 운동화 끈으로 손발을 묶었다. 박지선은 “지금도 어깨를 움직이면 뚝뚝 소리가 난다”면서 “그때 이후로 스킨로션도 못 바른다”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했지만 고충은 계속됐다. 박지선은 “스킨로션을 한번 발랐다가 피부가 다시 뒤집혔다”며 “아예 뿌리를 뽑아보자고 체질개선을 시도했는데 온몸으로 번지고 오히려 더 나빠졌다. 재발이라 치료가 더 힘들어 결국 1년을 휴학했다”고 했다.
그는 휴학한 뒤 칩거 생활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제 얼굴을 보면 깜짝 놀라니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고 한 박지선은 “친구라면 죽고 못 살던 애가 이름도 모르는 피부병에 걸려서”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아픔을 겪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오늘부터 새로 얻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박지선은 2일 오후 1시44분쯤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부친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숨져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선의 부친은 이들과 따로 생활해왔다고 한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낮고, 유족의 의사를 존중해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3일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성 메모가 발견된 점 등으로 보아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신수사 등을 통해 사망경위를 계속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선의 모친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박지선이 평소 질환으로 힘들어했으며, 딸을 혼자 보낼 수 없어 함께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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