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복수’냐 전북 ‘더블’이냐…FA컵 대장정 결말은

입력 2020-11-03 23:00 수정 2020-11-03 23:00
전북 현대 공격수 구스타보(왼쪽)가 지난달 2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기에서 울산 현대 수비수 정승현과 공중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1 우승을 두고 다퉜던 현대가(家) 두 구단이 국내 최고(最古)의 컵대회 FA컵 우승컵을 차지하려 격돌한다. 전북 현대에게는 ‘더블’(한 시즌 2개 대회 우승)의 기회인 데 반해 울산 현대에게는 올 시즌 리그 전패의 치욕을 되갚을 자리다. 두 팀 간 자존심 대결뿐 아니라 양 감독의 마지막 대결 가능성도 있어 더욱 기대할만한 승부다.

울산과 전북은 4일 오후 7시 울산 홈구장인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20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을 치른다. 이어 나흘 뒤인 8일 오후 2시에는 전북 홈구장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을 치러 최종승자를 가린다. 1996년 창설돼 올해 25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1921년 시작된 전조선축구대회를 전신으로 한다. 국내 프로와 아마추어 모든 팀이 한 데 겨루는 최고 권위 토너먼트 대회다.

울산은 불과 사흘 전 전북에 간발의 차로 우승을 내줬다. 시즌 후반기 내내 선두를 지켰으나 바로 전 경기였던 26라운드 홈 경기에서 전북에 또다시 패배, 결국 우승을 무기력하게 내줬다.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울산이 우승을 내준 건 지난 시즌에 이어 연속 두 번째다. 때문에 FA컵은 울산에게 실익이 있다기보다는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자리다. 리그 막판 징계로 뛰지 못했던 외국인 공격수 비욘 존슨과 수비수 불투이스의 복귀는 호재다.

울산 김도훈 감독은 FA컵에 좋은 기억이 있다. 그는 울산 부임 첫해인 2017년 FA컵에서 감독으로서 첫 우승컵을 따냈다. 당시 리그에서는 4위에 그쳤지만 이후 팀에 공격 축구를 안착시키며 전북의 아성에 도전할만한 경쟁자로 만들어냈다. 이듬해인 2018년에도 결승에 진출했으나 대구 FC에 일격을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도훈 감독은 선수 시절이던 2000년 FA컵 결승에서 다름 아닌 전북의 공격수로 나서 성남 일화를 상대로 선제골을 집어넣은 이색 기록이 있다.

전북은 2005년이 마지막 우승이었을 정도로 FA컵과 인연이 없다. 결승 진출도 2013년이 마지막이다. 다만 울산을 상대로는 세 차례 만나 한 차례 승부차기 승을 포함해 모두 이겼다. 모라이스 감독에게는 부임 때 했던 ‘트레블’(한 시즌 3개 대회 우승) 공약에 앞서 ‘더블’을 해낼 기회다. 더군다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1무 1패로 부진하기에 이번 결승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두 감독의 계약은 모두 12월을 마지막으로 종료된다. 김도훈 감독의 경우 리그 우승에 실패하면서 재계약 가능성이 사실상 옅어졌기 때문에 이번 결승과 ACL이 울산에서 우승을 따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모라이스 감독은 최근 모국 포르투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계약 종료 뒤 팀을 떠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도대로라면 ACL 토너먼트 무대에서 만나지 않는 이상 두 감독의 대결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 있다.

양 팀 선수들은 앞서 2일 열린 화상 미디어데이에서 경쟁심을 드러냈다. 울산 수비수 불투이스가 메모지에 적은 한글 메시지로 “경기 전날 (리그 우승 축하) 샴페인 하루 더 드시라”고 도발하자 전북 미드필더 손준호는 “샴페인 마시고 뛰면 컨디션이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받아쳤다. 예상 점수 질문에 손준호가 “2대 0”이라고 답하자 불투이스는 “울산이 홈팀이니까 (홈팀 점수를 먼저 쓰는 축구계 관례상) 우리가 이긴다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