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셔서” 아들 살해 혐의 70대 노모 무죄

입력 2020-11-03 15:10
인천지방법원. 뉴시스

술만 마신다는 이유로 50대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노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노모는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지만, 재판부는 범죄 동기 부족과 제3자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3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76·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0일 오전 0시 56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만취 상태인 아들 B씨(51)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직후 “아들의 목을 졸랐다”고 112에 직접 신고해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당일 오전 숨졌다. A씨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달 20일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아들이 술만 마시면 제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다”며 “희망도 없고 진짜로 너무 불쌍해서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는 76세 노모가 체중이 100㎏을 넘는 건장한 아들을 살해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을 품었고, “무고한 사람이 처벌받으면 안 된다”며 범행을 재연하기도 했다.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살해 경위 등을 보면 범죄의 동기를 설명하기에 부족하고 제3자가 사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피고인의 자백이 허위라고 볼 명백한 증거도 없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그대로 진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