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엉터리 해외사례 근거로 정부 공시가격 현실화”

입력 2020-11-03 14:16 수정 2020-11-03 14:31

통계청장을 역임했던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청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 근거로 제시한 해외 사례들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사실상 전 국민 증세가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국회도서관에서 보고받은 자료와 국토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수립방안 연구 과업지시서’ 공청회 자료 등에 따르면 유럽 주요 국가들은 공시가격 인상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지난 10월 27일 공청회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는 근거로 캐나다와 호주 등의 사례를 들었다. 이들 국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이 100% 수준에 근접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해외 조사 내용에 따르면 독일은 과거 서독 지역에서 1964년 당시, 동독 지역에서 1935년 당시의 책정 가격을 각각 부동산 기준 가격으로 삼고 있다. 영국의 과세 표준도 1991년 기준이다. 또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는 부동산 감정 가치를 1년에 6% 이상, 5년간 20%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종부세 도입 국가인 프랑스도 종부세율은 한국보다 낮았다. 이는 부동산에 포함된 부채를 과세표준에서 제외하도록 해서다. 실질 세율로 따지면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유 의원실의 설명이다.

유 의원은 “이 같은 사례를 검토할 때 부동산 공시가격 상향조정이 해외사례에도 부합한다는 국토부 공청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또 국토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대규모 증세 효과를 인지하고도 관련 시뮬레이션을 공개하지 않고 공시가 현실화 발표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부동산 부자를 겨냥한 ‘핀셋’ 증세가 아니라 전 국민을 세원으로 삼고 증세를 하려는 목적이었는데도 숨겼다는 설명이다.

유 의원이 입수한 내부 문건에서 국토부는 지난 1월 공시가 인상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지역가입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공청회와 정책 발표에서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각국이 공시가를 시세와 달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공시가 인상은 사실상 전 국민 대상 대규모 증세 의도”라고 비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