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제보자X’ 지모씨가 잇달아 법정에 불출석하고 있다.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검찰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끝내 증언을 하지 않을 경우 검찰 단계에서 이뤄진 지씨의 진술조서는 모두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지씨는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이동재 전 채널A기자 등의 강요미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지난 2일 제출했다. 이로써 지씨는 지난달 6일 첫 증인소환을 거부한 이후 총 4차례에 걸쳐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지씨는 이 전 기자와 접촉하며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인물이기도 하다.
지씨는 2일 페이스북에서 “한동훈(검사장)의 검찰조사나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제가 증인신문에 응한다는 것은 사건의 진실을 알리려고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당사자인 제가, 진실 왜곡에 스스로 나서는 꼴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불출석)에 따른 불이익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지씨에 대한 구인장은 이미 발부돼 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공판까지 지씨의 증인출석을 기다려보고 향후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지씨가 출석해도 좋고, 나오지 않으면 더 좋다는 입장이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지씨가 끝까지 나오지 않으면 검찰은 지씨의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저희 입장에서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지씨가 출석하더라도 그간 충분히 해명하지 못했던 대목에 대해 반론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이 전 기자 측이 지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부동의한 만큼 증인신문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지씨가 끝내 나오지 않으면 진술조서가 증거로 인정받지 못해 공소유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구인장이 발부돼 있는 만큼 검찰에서 어떻게든 지씨를 법정에 출석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