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 인간문화재 이은주 명창 98세 일기로 별세

입력 2020-11-03 12:14
경기민요 인간문화재 이은주 명창. 연합뉴스


경기민요 인간문화재 이은주(본명 이윤란) 명창이 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8세.

고인은 안비취·묵계월 명창과 함께 ‘경기민요 여성 3인방’으로 불리며 평생을 경기민요 계승과 전파에 헌신했다. 1997년 안비취 명창이, 2014년 묵계월 명창이 타계한 후 고인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경기민요를 대표하는 명창들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22년 경기 양주군 장항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14살이던 1936년 명창 원경태에게 시조·가사·잡가를 배우면서 소리꾼의 길을 걸었다. 은주(銀珠)라는 예명도 목소리가 쟁반에 은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다는 의미를 담아 스승이 지어줬다.

고인을 처음 세상에 알린 건 1939년 인천에서 열린 명창대회였다. 당시 어린 나이에도 평안도 민요 ‘수심가’를 출중한 실력으로 불러 1등에 오른 고인은 같은 해 KBS 전신인 경성방송국 음악 프로그램에서 데뷔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잊혔던 민요 ‘태평가’를 복원해 불러 화제를 모았다.

1955년 단성사 명창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그는 1969년 TBC 명인명창대회 장원을 거머쥐었고 같은 해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 후보가 됐다. 그리고 1975년 안비취·묵계월 명창과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로 지정됐다. 앞서 옥관문화훈장(1993), 방일영국악상(2006) 등을 받은 고인은 2010년 한민족문화예술대상 민요부문도 수상했다.

고인의 평생 과제는 경기민요 전승·보급이었다. 고인은 1948년 고려레코드·킹스타레코드에서 낸 첫 음반을 시작으로 유성기 음반 80여장, LP 300여장을 발표했다. 또 1999년 팔순을 앞둔 나이로 경기 12잡가 전곡을 녹음하고 팔순이 넘어서도 꾸준히 현역 일선에서 활약했다.

체계적인 전승을 위해 1975년 이은주경기창연구원을 개원한 고인은 말년까지 후학 양성도 힘썼다. 80대 고령에도 하루 6시간씩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사제 간 유대도 돈독해 2006년에는 고인의 소리 인생 70주년을 기념해 제자와 문하생 200명가량이 꾸민 대규모 무대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졌다. 2011년 서울남산국악당에서는 고인과 제자들이 함께하는 스승의 날 기념공연 ‘희망 카네이션 대지의 꽃’이 열렸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주도한 중요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채록에서 고인의 삶과 예술혼을 만나볼 수 있다. 빈소는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