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카카오택시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자와 기존 택시가 상생할 방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플랫폼 운송업체는 매출액의 5%를 택시 등 기존 운송산업에 대한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대신 차량 허가 대수 관련 총량 상한은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플랫폼 운송사업자들이 허가받는 차량 대수가 적어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또 기존 택시는 합승, 차량 등의 규제가 대폭 풀리게 된다.
국토교통부와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3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하위법령 개정방안 등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정책 권고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촉발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자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해 플랫폼 운송사업을 합법화하기로 했다. 대신 정부는 택시를 줄이는 만큼 플랫폼 업체의 영업을 허가하는 방식(운송사업), 법인·개인택시가 쉽게 가맹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가맹업), 카카오T처럼 승객과 택시를 연결하는 중개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사업(중개업) 등 3가지 사업 유형을 구분해 신설하고 기존 택시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이에 따라 모빌리티 혁신위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 14일 출범했다. 혁신위는 그동안 플랫폼 택시의 총 대수, 기존 택시를 줄이는 대신 플랫폼 업체가 내야 할 기여금 수준 등을 논의해 왔다.
플랫폼 운송사업 최소 요건은 허가제…별도 총량 상한은 미설정
혁신위는 권고안에서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기 위한 최소 요건을 정했다. 호출·예약, 차량 관제, 요금 선결제 등이 가능한 플랫폼을 갖춰야 하고, 차량은 13인승 이하로 30대 이상을 갖춰야 한다. 또 차고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의무적으로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는 기본 요건도 규정했다.
사업자가 서비스 내용, 소비자 보호 및 종사자 관리 등이 담기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면 심의를 거쳐 허가받는 식이다. 내년 4월 법 시행 후 허가 신청이 이뤄지면 내년 하반기부터 플랫폼 운송사업 서비스가 본격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고안을 만들 때 쟁점이었던 플랫폼 운송사업자에 대한 허가 대수는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다. 상한을 따로 정하지 않아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유연하게 영업 규모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차량의 총량을 정해 두고 이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식은 부실 업체 난립과 과잉 공급을 막는다는 취지로 택시에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국토부는 “개정 여객자동차법은 플랫폼 운송사업의 허가기준으로 택시 총량 등을 고려한 수송력 공급에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최대한 유연하게 관리하자는 취지에서 상한선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혁신위는 플랫폼 운송사업 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심의위에서 심의 방식으로 총 허가 대수를 관리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운행 지역의 운송 수요, 택시공급 상황 등 외부 환경요인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허가 대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허가제도가 운용될 전망이다.
기여금은 매출의 5%를 기본으로…300대 미만은 차등화
혁신위는 기존 택시를 줄이는 만큼 상생을 위해 내는 기여금의 수준도 내놨다. 우선 매출액의 5%를 기본으로 정했다. 이외에도 운행 횟수당 800원, 허가개수당 월 40만원 방식을 더해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혁신위는 “플랫폼 활성화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기존 운송시장과 상생하는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허가 총량이 총 300대 미만인 사업자는 납부 비율을 차등화해 초기 비용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다. 운영 차량이 300대 이상이면 기여금을 100% 내야 한다. 200대 이상 300대 미만은 기여금의 50%가 면제되고, 200대 미만은 75%가 면제된다. 100대 미만 사업자는 2년간 납부유예가 가능토록 혁신위는 권고했다.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낸 기여금은 고령 개인택시 청장년층 전환, 고령 개인택시 감차, 종사자 근로 여건 개선 등에 쓰인다. 혁신위는 “택시와 비교할 때 요금이나 사업구역, 차량 등 대부분 규제가 완화 적용된다. 운송시장이 초과공급 상황인 국내 실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여금을 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향후 수납 규모에 따라 3년 주기로 기여금 수준, 활용방안 등을 재검토하도록 했다.
차량 단위 가맹 계약 가능토록 문턱 낮춰
혁신위는 이외에도 플랫폼 가맹사업의 경우 법인택시 사업자 단위가 아닌 차량 단위로 가맹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개선을 권고했다.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플랫폼 가맹사업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플랫폼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도 담겼다.
현재는 한 택시 회사의 모든 차량이 하나의 플랫폼 사업자와 계약해야 한다. 그러나 법인택시 회사가 보유 차량별로 각각 다른 플랫폼 사업자와 계약하는 방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 권고안에는 택시 제도 합리화 방안도 담겼다. 기존 택시 요금제도는 현재 틀을 유지하되 차종·합승·친환경차 등 관련 규제는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혁신위는 현재 진행 중인 규제 유예제도 실증 결과와 연계해 플랫폼 가맹사업 택시에 대한 차고지 밖 교대를 허용할 것을 권고했다. 또 플랫폼을 통해 중개되는 자발적 합승도 안전 요건을 충족하면 제한적으로 허용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음주 운전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택시 서비스 평가 의무화 및 확대 실시, 부제(의무휴업제)·지자체 규제 등의 개선도 연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백승근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혁신위의 권고안을 기반으로 제도 개선을 착실히 추진하겠다. 플랫폼과 택시의 상생을 통해 국민의 모빌리티 이용 편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