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시간이 길수록 콩팥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해 만성 콩팥질환의 발생 및 악화를 주장하는 산업재해 보상 신청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동욱 연구강사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07~2017년)를 활용해 임금 노동자 2만851명을 대상으로 주 평균 근로시간과 신사구체여과율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52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를 하는 임금 노동자가 주 평균 1시간 추가 근로할 경우 신사구체여과율(eGFR)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고혈압, 당뇨가 없는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분석할 경우, 그런 경향성이 더욱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는 장시간 노동이 콩팥 기능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콩팥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배설하고 혈액 속의 전해질 농도를 조절한다. 또 혈압을 조절하고 골격계를 강하게 하는 대사에 도움을 준다. 콩팥 속으로 들어온 혈액은 사구체에서 물, 전해질, 각종 노폐물 등이 여과되는데, 사구체여과율은 콩팥 기능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콩팥 질환은 초기에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콩팥 기능이 서서히 나빠져 기능 부전 상태에 이르면 정상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는 만성 콩팥질환을 겪는다. 주요 증상은 배뇨 이상(빈뇨, 잔뇨, 급박뇨, 배뇨통), 소변량 이상(다뇨, 야뇨, 요량 이상), 혈뇨, 거품뇨, 요통, 부종 등이 있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구팀은 “장시간 노동이 만성 콩팥질환의 발생과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본 연구는 지금까지 전무했다”며 “최근 업무상 과로 등으로 인해 만성 콩팥질환의 발생 및 악화를 주장하는 산업재해 보상 신청이 증가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적절한 보상과 예방적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강모열 교수는 “장시간 노동이 만성 콩팥질환의 잠재적 위험인자임을 인지해 노동자의 질병 예방과 보상을 위한 근거 마련에 활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직업환경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Occupational & Environmental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