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포항공항에 ‘경주’라는 이름을 함께 쓰는 조건 등으로 매년 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주시민들은 실익 없는 곳에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3일 경주시와 경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경주시의회 제255회 임시회에서 ‘경주시 포항지역공항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표결 끝에 출석 의원 20명 가운데 찬성 15표, 반대 5표로 결정됐다.
이번 조례 개정안은 포항공항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금을 연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증액·조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주시는 2017년부터 경북도, 포항시와 폐쇄 위기에 처한 포항공항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9월에는 포항공항에 ‘경주’를 병기해 명칭을 변경하는 조건 등으로 매년 포항공항 지원금의 10%인 1억원을 5년간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매년 부담하던 포항공항 지원금 10억원을 포항시 60%, 경북도 30%, 경주시가 10%를 각각 분담하기로 했다.
포항공항 유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다.
올해 7월 (주)진에어가 포항공항에 취항하면서 지원금은 연간 20억원으로 늘어 경주시의 부담도 커졌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시의 명칭이 공항명에 추가되면 홍보 효과로 더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포항공항 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명 2개를 붙여 쓰면 혼란이 생길 수도 있고 명칭 변경에 따른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공항 7곳 중에 지역명을 같이 쓰는 곳은 없다.
경주시민 A씨(61)는 “경주시민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포항공항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면서 “공항명칭 변경에 따른 홍보 효과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공항명칭 변경 추진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포항경주 또는 경주포항공항’이 유력하지만, 아직 결정이 안 됐다.
현재 공항명칭 변경을 위한 공식적인 건의서도 정부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올해 안으로 경북도, 포항시와 공동으로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조례제정에 반대한 시의원들은 “지방공항 명칭 변경은 전례가 없을 만큼 쉽지 않다. 공항명칭을 변경한 다음 재정지원을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