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임박…‘홀로서기’ 띄우는 중국

입력 2020-11-02 19:33 수정 2020-11-02 20: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에서 열린 대선후보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공방을 벌이는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국 대선 국면에서 연일 ‘홀로 서기’를 강조하고 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버리고 중국 스스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2일 사설에서 “중국이 강대국으로서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면 미국의 전략적 악의와 광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의 평화 공존은 순종과 관용으로는 이룰 수 없다”며 “우리는 무적의 세력이 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미국이 중국과의 평화 경쟁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되든 미·중 교착 국면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중국은 기술 자립,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구축, 군사력 증강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선거는 중국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중국인들은 미국이 갑자기 마음을 바꿀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국 네티즌은 트럼프 대통령을 ‘촨젠궈(중국 건설을 돕는다는 뜻) 동지’라고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오히려 중국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미다. 중국 포털 바이두에 촨젠궈를 치면 “트럼프 대통령의 애칭으로 적진 고위층에 잠입한 스파이”라는 설명이 뜬다. 중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원한다는 주장은 이런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다만 여기에는 미국의 압박이 아니었다면 중국 스스로 발전할 수 없었을 거라는 무력감도 담겨 있다. 그러니 이제는 미국 변수에 휘둘리지 말자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미 대선과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대선과 거리두기를 하는 건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중국 음모론이 판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정부는 대선 결과가 확정돼 취임식이 열리기 전까지 미국과의 대립을 피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 1월 취임식 전까지 남은 2개월여 기간이 미·중 관계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 보고 충돌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 학교 기관지 학습시보 전 전 편집장 덩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자신이 쉽게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진다면 중국에 책임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 70주년 행사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시간으로 대선 다음날인 4일 오전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 축하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화상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이날 나오는 대외 메시지는 사실상 미국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과 2019년에 열린 1, 2회 수입박람회 행사 때는 개막식이 행사 첫날인 11월 5일 오전에 열렸는데 올해는 전날 저녁으로 하루 앞당겨졌다. 중국의 중요 행사 개막식이 밤에 개최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