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칭찬한 식품기업 오뚜기가 라면 시장 1위 농심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갓(God·신)이라는 접두사를 붙여 ‘갓뚜기’로 불리며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로 언택트 시대에 맞춘 ‘소소하게 강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식품업계와 시장조사 업체 닐슨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진라면 누적 판매량은 60억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오뚜기 진라면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14.6%로 1위 농심 신라면(15.5%)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2012년 10월 2위에 오른 데 이어 이젠 왕좌를 노리는 셈이다. 게다가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지난달 브랜드평판지수를 보면 오뚜기는 식품 상장기업 가운데 3위다. 오리온, CJ제일제당, 빙그레 등 대형 기업들과 브랜드 가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흥미로운 건 오뚜기의 우상향 행보를 맛이나 품질, 영업력 같은 경영학 교과서 속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바탕에는 착하고 친근한 기업 갓뚜기의 이미지가 숨어 있다. 소비자들은 오뚜기가 12년째 진라면 가격을 동결하고, 비정규직 비율 역시 1%대라는 점에 환호한다. 여기에 함영준 회장이 창업주인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1조6500억원 상당 자산을 물려받으며 1500억원의 상속세를 전액 납부했다는 사실도 주목받았다. 당연한 의무지만 법망을 피해가거나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오너경영 2, 3세들의 모습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함 회장과 딸 연지씨가 유튜브에서 옆집 이웃 같은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점도 대중에게 어필했다. 이런 오뚜기의 브랜드 이미지는 일회성 미담을 넘어 실질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뒤로 어두운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뚜기는 지난 9월 중순 내부거래 혐의 등으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법인 외에도 함 회장, 이강훈 대표 등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뚜기는 2017년 국정감사 때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라면 값 담합’ 의혹 등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즉석밥이나 참치캔 가격은 밥상물가에 맞춰 줄줄이 올려왔다.
하지만 갓뚜기라는 착한 이미지가 이러한 그늘을 상쇄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 효과가 그만큼 막대하고, 중요하다는 얘기다.
박재현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대표는 “소비의 중추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제품 품질도 고려하지만 기업의 도덕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기업이 사회를 생각한다고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그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열광한다”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갓뚜기라는 용어의 출처는 모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계획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창환 한국기업평판연구소장도 “회장의 딸이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소소하지만 친근한 모습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비대면 시대에 이런 소소함이 대중에게 더 호소력이 있다”고 했다. 구 소장은 다만 “친근감이 깨지면 (기업 이미지가) 한번에 다 무너질 수 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인 셈인데 지금까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