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전셋집에서 쫓겨나고 매각하려던 아파트는 세입자에게 발목이 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각 아파트의 세입자에게 이사비 명목의 ‘뒷돈’을 건네 매각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수장이 아파트 매매를 위해 퇴거위로금을 준 선례를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관련 국민청원도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남기 부총리님의 퇴거위로금은 얼마입니까’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부동산 시장에도 엄연히 규칙이 있는 건데 근시안적 정책 남발로 휘저어놓으시더니 이젠 급기야 세입자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법도 아닌 상식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선례를 몸소 보이시네요”라며 “집 있다고 모두 부자가 아닌데 국민들은 집을 팔려면 부총리님처럼 현금이 필수인 세상인가요”라고 물었다.
청원인은 이어 “대체 얼마를 주면 세입자가 수긍하고 집을 비우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미 지나치게 시장 개입을 하고 있으니 그 위로금 또한 금액을 정해줄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청원인은 “대체 퇴거위로금이란 정체 모를 수단까지 생겨난 현실”이라며 “홍남기 부총리님이 지급한 퇴거위로금은 얼마입니까”라고 물었다. 해당 청원에는 2일 오후 4시 기준 1603명이 동의했다.
유사한 청원을 낸 또 다른 청원인도 홍 부총리의 위로금 문제를 언급하며 홍 부총리 해임을 촉구했다. 청원인은 “문재인정부는 임대차 3법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여 온갖 부작용을 만들고 있다”며 “급기야 홍남기 부총리는 계약갱신권을 행사하려는 세입자에게 뒷돈을 주는 행태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 세입자들이 부총리를 따라해 뒷돈을 요구하면 부총리가 책임지고 다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의왕시 아파트를 자가로 보유한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 부총리에 취임한 뒤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다. 홍 부총리는 앞서 2017년 말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세종시에 분양권을 받은 상태였다. 분양권의 경우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전매가 제한됐기 때문에 홍 부총리는 공직자들의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 8월 의왕시 아파트를 매각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의 기존 세입자가 주변 전셋값 급등으로 다른 집을 찾지 못하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고, 거래가 불발될 위기에 놓였다.
게다가 현재 거주 중인 서울 마포 전셋집도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통보해 홍 부총리는 내년 1월까지 집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전셋값이 폭등했고 물건도 사라지면서 ‘전세 난민’이 될 뻔했던 것이다.
네티즌들로부터 조롱 받은 홍 부총리의 처지는 의왕시 아파트의 세입자가 집을 비워주기로 하면서 해결됐다. 홍 부총리의 새 전셋집 문제도 매각 대금을 확보한 만큼 한결 순조롭게 해결될 전망이다. 다만 의왕시 아파트의 세입자가 마음을 바꾼 이유가 홍 부총리의 위로금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차 논란이 됐다.
한편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대주주 요건 강화에 대한 반발로 지난달 5일 올라온 ‘홍 부총리의 해임을 요청합니다’라는 국민청원 글은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23만5000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2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하면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가 답하도록 돼 있다.
김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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