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A검사에게 조사 안 받아”… 법조계 “의미 없어”

입력 2020-11-02 17:58 수정 2020-11-02 19:58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사진=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술접대를 받은 A검사가 지난 8월 인사 발령 직후 자신에게 송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검사가 자신을 껄끄럽게 여겨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고 인사 직후 단둘이 만난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술자리를 주선한 이모 변호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통해 보석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도 진술했다. 이 변호사는 “사실 무근”이라며 반발했고 한 검사장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회장은 최근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 수사 과정에서 지난 8월 A검사와 송별 인사를 주고받았다고 진술했다. 술접대를 받은 A검사가 라임 사건 수사를 회피하지 않았고 인사 발령 직후 한 차례 만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A검사가 주요 피의자인 자신을 단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며 껄끄럽게 느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폈다. 김 전 회장 측은 수사관과 교도관 등이 없는 자리에서 단둘이 만났고 대화 내용을 검찰에 상세히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실제 A검사와 같은 팀인 B검사에게 대부분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검사가 옆방에서 조사 내용을 모두 보고받아 사실상 ‘공동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A검사가 술접대를 받았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조사하지 않았다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셈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는 검사, 지휘만 하는 검사가 있다”며 “어차피 조서 내용을 공유하기 때문에 직접 조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A검사는 술 접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또 검찰 조사에서 체포 직후인 지난 4월 이 변호사가 구치소를 찾아와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검사가 소위 ‘한동훈 라인’이며 한 검사장을 통해 보석으로 재판받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며 이 내용을 보도한 MBC와 기자, 유포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들도 한 검사장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변호사도 김 전 회장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자신이 한 검사장, 윤석열 검찰총장과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8월 한 검사장이 3차장검사로 승진했을 때 자신은 좌천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입장문과 감찰 조사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가 국정감사에서 부패범죄수사단 얘기가 나오니 갑자기 한 검사장을 들먹이는 것 아니냐”며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새롭게 꺼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러 진술이 엇갈리면서 향후 검찰에서 김 전 회장과 사건 관계인들의 대질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변호사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추가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술접대가 이뤄졌다는 유력한 날짜를 제시했지만 정확한 날짜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 전 회장 측에선 “‘2019년 7월경’이라고 말했을 뿐 7월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까지 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나성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