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주택자이거나 곧 1주택자가 될 예정’라며 지난 1일 임명한 차관급 인사 대다수가 세종시에 집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차관급 인사가 난 12개 기관 중 국토교통부 등 8개 기관이 세종에 있지만, 이들 부처에 부임하는 차관들은 다주택 논란이 일자 오히려 세종 집을 정리하고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를 선택했다. 청와대가 그동안 고위 공직자 인선의 새로운 표준처럼 내세워온 ‘1주택자’라는 기준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2일 관보에 게재된 공직자재산공개 자료를 토대로 차관급 인사의 주택 처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관보에 재산이 공개된 차관급 인사 11명 가운데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과 세종시 어진동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을 제외한 10명은 현재 1주택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임명된 민병천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12월 기준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3월에 올라온 관보에는 재산이 공개되지 않았다. 박 차관은 “현재 세종 아파트를 매각하고 있다. 다음 달이면 등기 이전이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만 세종 아파트 매각 절차가 끝나면 청와대 설명처럼 ‘1주택 라인업’이 완성된다.
그러나 정작 산업부를 비롯해 대다수 정부 부처가 세종에 있는데 해당 부처 고위 공직자들은 모두 세종 아파트를 팔고 수도권 아파트를 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윤성원 국토부 차관은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시절인 지난 7월 다주택 논란이 일자 세종 소담동 아파트를 팔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만 남겼다. 경기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김희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 출신인 신열우 소방청장 역시 각각 경기도 수원과 서울 성북구 아파트를 남기고 세종 아파트를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부분 “가족들이 서울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차관급 인사에게는 관사가 제공되고, 국무회의나 국회 일정 등 서울 업무가 많은 만큼 반드시 세종에 자가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조차 수도권의 똘똘한 한 채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정부·여당이 내세워온 ‘행정수도 완성’이 공허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관급 인사 가운데 강남권 고가 주택 거주자도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우 조달청장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전용면적 84.96㎡)는 지난 8월 20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고용노동부 차관 출신인 임서정 일자리수석이 사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168.77㎡) 역시 서류상 공시가격은 10억원대지만 최근 시세가 18억원에 이른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박광석 기상청장이 보유한 경기도 하남시, 서울 송파구 아파트 역시 최근 시세가 각각 12억원, 1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의왕에 있는 박화진 고용부 차관의 단독주택은 토지와 건물의 공시가격을 합쳐 총 14억6619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신고됐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