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안 왔기만 바랄 뿐”… 매장 절반 정도만 명부 비치

입력 2020-11-02 17:18

지난달 30일 점심시간에 서울 종로구 한 카페를 찾은 신모(30·여)씨는 매장이 가득 찰 정도로 손님들이 많은데도 전자출입명부(QR코드) 작성을 안내받지 않아 의아했다. 신씨가 “QR코드를 안 찍어도 되냐”고 직원에게 묻자 “QR코드를 찍어달라고 손님들에게 안내해도 꺼려하고 안 지켜서 잘 안내하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씨는 “지난 8월 집회가 열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비상이 걸렸던 광화문 근처인데 벌써 경계심이 느슨해진 건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서울시내 카페, 식당, 코인노래방 등 매장 20곳을 돌아본 결과 QR코드 인식기와 수기명부를 비치한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명부를 비치했지만 작성하지 않는 손님을 제지하지 않는 곳도 10곳 중 5곳이었다. 대부분 매장에서 마스크 착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제지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현재 서울시는 클럽·감성주점 등 고위험시설, 150㎡ 이상 일반음식점을 포함한 중위험시설, 대중교통·집회시위장·요양시설·의료기관 등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위 시설들의 방문자 QR코드 작성도 의무화돼 있으며, 어려울 경우 수기명부를 작성하게 돼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QR코드 또는 수기명부 작성을 요구하지 않거나 허술한 모습이 다수 발견됐다. 서울 관악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약 50석이 가득 찰 정도로 붐비는데도 QR코드 인식기와 수기명부를 작성하지 않고 입장해도 직원이 제지하지 않았다.

매장 내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제지가 없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는 가게를 가득 채운 손님 전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데도 마스크에 관련된 안내나 제지는 없었다.

매장 주인들은 방역수칙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관리의 어려움, 손님들의 반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정모(53)씨는 “지난달에는 수기명부 작성을 거부하는 손님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며 “명부 관리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가게에 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시민들은 느슨해지는 방역 분위기에 우려와 불안감을 토로한다. 서울 마포구의 직장인 김모(28)씨는 “소규모 매장은 직원들이 바빠 보이면 내가 먼저 ‘QR코드 찍겠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직원들도 손님들도 번거로우니까 점점 잊게 되는데 QR코드 작성이 유명무실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지애 황윤태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