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에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선임을 둘러싼 뒷말이 나오고 있다. 김현수(왼쪽) 농식품부 장관이 ‘라이벌’ 격인 김경규(오른쪽) 전 농촌진흥청장을 사실상 낙마시켰기 때문이다.
2일 농식품부와 국회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은 재직 당시인 지난 3월 FAO 아태소장직에 지원했다. 이 자리는 아태지역 46개 FAO 회원국을 총괄하는 자리로 그동안 한국인이 차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 전 청장은 FAO, 미국 농무관 근무 이력 등 농식품부 내 대표적 통상 전문가다. 이런 경력에 FAO는 김 전 청장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한국에 직접 와서 면접도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김 전 청장의 대항마였던 일본 후보자가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친서를 FAO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FAO는 일본의 기여도가 있다 보니 무시하기 힘들었고 김 전 청장 측에 대통령 친서는 아니더라도 농식품부 장관 추천서 정도라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를 요청받은 김 장관은 추천서를 써주지 않았다. 결국 김 전 청장은 고배를 마셨다.
다행히 이 자리에는 또 다른 한국인인 김종진 전 농식품부 통상정책관이 임명됐다. 그는 2013년 공직을 떠나 FAO에서 일해 왔다. 한국 몫이라기보다 FAO 내부 승진인 셈이다. 그는 김 장관에게 추천서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농식품부 안팎에서는 유명희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각국 정상에게 전화까지 하는데 김 장관이 몽니를 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두 사람은 행정고시 30회 동기지만 출신 대학도 연세대(김현수)와 고려대에 성격도 정반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물과 불의 관계”라고 말했다.
농식품부 고위관계자는 “후보 2명 모두 한국인이었는데 어느 한명을 지지할 수는 없었다”면서 “김 장관의 사적 감정은 전혀 개입되지 않았으며 FAO에는 한국인이 임명되기를 희망한다는 장관 서한(letter)을 발송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 통상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국제기구에 자국민이 후보자로 올라갈 경우 자국 고위직이 서한을 보내는 게 관례”라며 “장관 추천서(recommendation)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